윌슨의 현재는 'ERA 0.33'…미래는 'LG의 모범 레전드'
"어린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 주려고 노력"
집에서는 쌍둥이 아빠…"좋은 가족이 돼야 좋은 선수가 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LG 트윈스의 2년 차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30)의 2019시즌 출발이 경이롭다.
LG의 1선발 투수로 시즌을 출발한 윌슨은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4차례 등판에서 총 27⅔이닝을 던지며 단 1자책점만 허용했다.
평균자책점(ERA)은 0.33에 불과하다. KBO리그 전체에서 이 부분 1위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윌슨을 만났다.
윌슨은 조각같은 외모에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성격 탓에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팬 사인회를 마친 뒤에 인터뷰에 응한 윌슨은 평생 야구를 하며 정립해온 자신의 신념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윌슨은 "2019시즌에 좋은 출발을 해서 기쁘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9승 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던 윌슨은 올해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묻자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며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겠지만, 항상 똑같이 매일, 매주, 매달 운동할 뿐"이라고 말했다.
틀에 박힌 뻔한 대답은 아니었다. 윌슨은 "내가 지키고자 하는 3가지를 지키려고 노력하니 나온 결과"라며 자신의 야구 신념을 소개했다.
윌슨은 "좋은 동료가 되는 것, 선발 등판 로테이션을 잘 지키며 던지는 날 100% 이상으로 열심히 던지는 것, 매일 매일 발전하는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을 지키며 살다 보니 윌슨은 LG 선수단의 '모범생'으로 통하고 있다.
윌슨 자신도 팀에 좋은 영향을 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는 "내가 LG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LG를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팀에 계속 영향을 주는 투수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우석, 정우영, 김대현 등 어린 투수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그들의 본보기라는 말은 아니다"라며 "나 역시 팀의 어린 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윌슨은 야구장 밖에서도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
그에게는 태어난 지 약 7개월이 된 쌍둥이 아들 맥스와 브래디가 있다. 윌슨은 '쌍둥이'라는 한국말을 알아듣고 미소를 띠었다.
그는 "형인 맥스는 좀 더 키가 크고 말랐고, 동생 브래디는 강하다. 둘이 많이 닮았지만 매일 보면 다른 점이 많이 보인다.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라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퇴근' 후 윌슨은 육아에 힘쓴다. 그는 "작년과 삶이 많이 달라졌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모든 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구 선수로서의 삶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더 우선이다"라며 "그 역할을 먼저 잘해야 좋은 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 첼시가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덜어준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윌슨의 '바른 생활'을 보고 '좋은 지도자감'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만약 먼 미래에 LG가 코치 제안을 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윌슨은 "그런 평가가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그러나 지금 나는 투수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어제나 내일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성격"이라며 웃었다.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 브루어스), SK 와이번스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처럼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도 물었다.
윌슨은 "일단 나는 LG에서 행복하다. 마이너리그 경험만 있었던 켈리가 메이저리그에서 잘 하는 것이 정말 기쁘다"라며 "나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윌슨은 올해 LG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올해 우리 팀 선수들은 서로 더 가까워졌다.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에너지도 넘친다. 실수가 나와도 선수들은 서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한다"라고 강조했다.
뛰어난 실력에도 승운이 없어 '윌 크라이(cry)'라는 애틋한 별명까지 얻은 그는 "우리 팀의 잠재력은 더 크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시즌은 길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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