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서울특파원 출신 한류전도사 게이코방 "한류붐, 이젠 인도"
한류 콘텐츠 유통·K-팝 공연 잇따라 성사…"빅데이터로 한류 확장"
일본계 미국인이자 '한국의 며느리'…"한국기업 도우며 상생하고파"
(뭄바이=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제 인도에서도 한류가 본격적으로 일 때가 왔습니다. 인도에는 이미 한류 팬이 많아졌고, 한국 대중문화 산업도 인도에 관심이 큰 만큼 이를 토대로 인도에 '한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미국 CNN방송 서울특파원을 거쳐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이름을 날리다가 이제는 인도에서 '한류 전도사'로 나선 게이코 방(55) '방 싱가포르' 대표의 말이다.
한국문화관광대전 참석차 인도 뭄바이를 찾은 방 대표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인도에도 한류 팬이 상당히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0∼1992년 CNN 서울특파원에 이어 NHK, ABC, CNBC 등에서 일한 그는 1995년 다큐멘터리 제작사를 설립해 활동하다가 지금은 한류 사업에 '올인'했다.
최근에는 인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대표 채널 가운데 하나인 ZEE 5의 한국 드라마 7편·영화 30편 수입과 K팝 그룹 인투잇의 이달 뉴델리·뭄바이 투어를 성사시켰다.
두 건 모두 인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인도 미디어가 이만한 규모의 비할리우드 콘텐츠를 한 번에 수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 K팝 그룹이 뉴델리와 뭄바이에서 단독 공연장을 빌려 정식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다.
그간 인도는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한류가 불지 않는 '불모지'로 불렸다.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한류가 움트긴 했지만 이를 엮어낼 여건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 대표는 "한국 가수의 공연을 갈망하는 인도 팬은 상당히 많다"며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인도 시장은 비싼 티켓을 팔기 어렵고 한류 관련 네트워크도 없는 데다 마땅한 후원 업체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그동안 메리트가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방 대표의 생각이다.
방 대표는 "힌디어 외 다른 언어권에서도 한류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라며 "팬, 한국 대중문화 산업과 기업 등이 함께 교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한류생태계가 인도에 구축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도에도 거대한 한류 팬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전문 연구원 등이 포함된 빅데이터 분석팀을 가동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언론 매체 등의 데이터 흐름을 분석, "인도에서도 한류가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빅데이터와 내달 론칭할 자체 한류 포털사이트를 앞세워 인도 한류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방 대표는 "인도에 한류 팬은 다수 존재하지만, 이들이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이용해 수요를 예측하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더욱 쉽게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며 관련 정보는 기업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마스-K'라는 이름의 포털사이트는 한류 콘텐츠와 관련 행사 소식, 한류 커뮤니티 등을 아우르는 인도 한류 관련 '종합 정보 센터'가 될 전망이다.
방 대표는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남편은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한국인이다.
'리빙 아시아' 등 아시아 문화를 다룬 100여편의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쌓던 방 대표가 한류에 눈을 돌린 것은 2009년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방영된 '힙 코리아'(Hip Korea) 시리즈를 제작하면서다.
비, 이병헌, 김연아로 이어지는 3부작 시리즈를 만들면서 '한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방 대표는 "한류는 TV 없이 자생적으로 대규모 팬 문화가 형성된 세계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며 "K-팝을 듣던 이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국 여행까지 원하는 이런 현상은 매우 독특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인도와는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라는 국가 이미지 홍보 캠페인을 맡으면서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방 대표는 "인도 시장은 잠재력이 크지만 한국 콘텐츠 기업이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기도 하다"며 "내가 가진 네트워크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규모가 작은 한국 기업을 도와가며 상생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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