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승부수 통할까…"모두 내놨다" vs "담보 돌려막기"
금호그룹 자구계획 제출…산은에 5천억원 지원·정상화기간 3년 요구
산은 채권단 회의 예정…박삼구·박세창 부자의 기존담보 해지여부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0일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020560]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하면서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이 낼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놓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채권단에 추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박 전 회장 측 금호고속 지분 대부분이 이미 다른 채무의 담보로 잡힌 상태여서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아시아나가 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구계획의 핵심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에 대한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을 모두 담보로 내놓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을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의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도 요청했다.
산은이 공개한 금호 측 자구계획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천900주(4.8%)를 채권단에 추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267850]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다만 박 전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은 이미 금호타이어[073240] 담보지분으로 잡혀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채권단이 이 담보를 먼저 해지하면 추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3년간의 경영정상화 기간을 보장해주면, 이 기간 채권단이 부여한 목표에 못 미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좋다고 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의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는 셈"이라며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회장 일가가 금호고속 지분을 바탕으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룹 경영에 관한 모든 것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가 제출한 자구계획을 검토하기 위한 채권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채권단 회의에서 자구계획이 받아들여 질지는 미지수다.
산은이 지난해 맺은 아시아나항공과의 MOU 연장을 위해 최근까지 물밑 조율을 해온 만큼 수용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이번 자구계획이 사실상 박 전 회장 아내와 딸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수준에 불과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002990]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산은에 담보로 묶여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면서 대신 자신과 아들 박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금호타이어가 2017년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지만, 채권단은 아직 담보권을 유지하고 있다.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를 경영하던 시기 빌린 채무 약 2천500억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 담보지분 해지 시 박 전 회장 부자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갚아야 할 채무를 갚지 않고 해당 담보를 다시 내놓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아내와 딸의 지분만 새롭게 담보로 내놓으면서 5천억원의 유동성 지원과 3년의 시간을 벌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도 이날 자구계획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련 대출이 남아있는 만큼 현재로선 부인과 딸의 지분만 신규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자구계획에서 금호그룹이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고 제시한 것을 두고도 아들 박세창 사장이 경영을 맡는다면 사실상 박 전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는 것으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말도 나온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