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전원회의서 北'포스트 하노이' 베일벗나…경제노선 유지할듯
자력갱생 강조하며 제재 대비…급격한 대미정책 전환 없을 듯
김정은, 당 간부 문제점 직접 지적…'부패와 전쟁' 등 내부기강 잡기 지속 예상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9일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10일에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어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략적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전날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정치국은 조성된 혁명정세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투쟁 방향과 방도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하여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10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포스트 하노이' 노선과 정책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제시될 것임을 공개한 것이다.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이날 북한 매체의 보도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제시할 향후 대내외 정책 방향의 윤곽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북한의 급격한 노선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긴장된 정세에 대처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작년 4월 20일 열린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의미한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에도 작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병진'노선의 완료를 선언하고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에서 탈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달 들어 김정은 위원장이 본격적인 경제부문 시찰에 나서고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 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가 연일 경제 현장을 다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의 악순환을 택하기보다는 경제와 주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부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해 자체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굳혔음을 보여준다.
이번 회의에서 대미 비난이나 '새로운 길' 등 강경 행보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은 채 '긴장한 정세'만을 언급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판단과 결정이 당장 미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발전을 언급하면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일괄타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제재 완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지난달 15일 평양주재 대사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미국의 '강도적 요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이런 협상을 할 계획도 없다고 밝혀 당분간 미국과 냉각국면이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내부적으로 노동당 간부를 포함해 기득권 세력에 대한 감시와 사회 전반의 내부 기강확립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부서와 내각의 사업 실태를 직접 분석하고 특히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들, 정부와 지방당 간부들의 사업과 생활에서 나타난 장점과 결함을 지적했다고 중앙통신이 소개했다.
북한 매체는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이런 지적을 가감 없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세도, 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간부와 기득권부터 다잡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간부와 기득권층을 겨냥한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으며 부정부패를 저지른 인사에 대해서는 누구도 예외를 두지 않고 엄벌에 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치국 확대회의 결과로만 보면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양보할 수도 없는 만큼 급격한 노선 변화가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도 작년 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마찬가지로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의제인 '작년도 국가 예산 집행'과 '올해 집행할 국가 예산'에 대해 논의하고 승인했다.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 앞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노동당 전원회의를 잇달아 개최함으로써 김정은 시대 들어 노동당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의 전통적 국정 운영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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