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래방에 바나나 막걸리?…맞춤형 신제품으로 현지 시장 공략
"반도체보다 더 큰 6조5천억 달러 세계 식품시장 개척해야"
(상하이=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9일 오후 중국 상하이 시내 고급 식료품 슈퍼마켓 '시티 슈퍼'의 주류 판매대.
친숙한 모양의 병에 담긴 한국 막걸리들이 가지런히 놓인 가운데 유독 노란색의 상표가 눈에 띈다.
시중서 맛보던 막걸리보다 훨씬 달콤하고 가벼운 맛에 톡 쏘는 청량감을 주는 이 막걸리는 국내 주류 업체 국순당이 만든 바나나 막걸리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새로 개발한 제품으로, 기존의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팔던 수출 구조를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들이 말했다.
aT는 중국 젊은이들이 순한 저도주 술을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쉽게 즐기는 주류를 찾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신(新) 비즈니스 모델 창출 사업'의 하나로 국산당 측에 1억원을 지원해 이 제품을 개발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수출된 바나나 막걸리는 현지 노래방 체인에 납품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같은 신제품에 힘입어 올해 1∼3월 대 중국 탁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33만9천 달러(약 3억8천만원)보다 21.3% 증가한 41만2천 달러(약 4억6천만원)를 기록했다.
오병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그동안 수출업자와 생산자 이야기를 듣고,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는 '톱 다운' 방식을 했다"며 "이제는 현지 수입업자(바이어)가 '내가 한국 상품으로 이렇게 하고 싶은데 홍보를 하고 싶어 경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 '버텀 업' 식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분(바이어)들이 시장과 소비자 수요를 알아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분들에게 시장 개척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미를 전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예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개발해 수출 시장을 개척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aT 관계자 역시 "기존 수출 지원 사업은 aT를 중심으로 한 일방적 홍보 사업이 주가 됐다"며 "그러나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바이어와 함께 신제품을 개발해 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사업을 개발하는 식으로 하려 한다. 국순당 '바나나 막걸리'도 우리 상품화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부연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의 결합 역시 우리나라가 노려볼 수 있는 또 다른 '블루오션'이다.
오 실장은 "중국 '알리바바'도 하이 클래스 고객에 대해서는 오프라인과 연계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오프라인 시장은 수준 높은 매장으로 다듬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아마존도 직접 테스트해보거나 선물을 할 때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방식을 확보해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식품이 안전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개별 제품 인지도는 미약해 그 부분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반도체·자동차보다 더 큰 6조5천억 달러(약 7천413조2천500억원) 규모의 세계 식품시장을 우리가 힘을 모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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