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태영 해묵은 갈등 낳은 지주회사 체제
SBS 수익 유출 방지 합의 후 후속조치서 이견
노조 "윤석민 회장 개입한 인사안 전면 철회하라" 통첩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안팎으로 불거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와 태영그룹 간 갈등은 언론사 소유-경영 분리 이슈에서 촉발된 해묵은 논쟁이다.
노조가 문제 삼는 '지주회사 체제'는 약 10년 전 완성됐다. 2004년 방송 재허가 국면에서 대내외적으로 쏟아진 방송 독립성 확보와 경영 투명성 강화 요구에 2008년 현행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아래 SBS를 비롯해 SBS콘텐츠허브, SBS플러스, 스마트미디어렙, SBS인터내셔널 등 다양한 자회사가 자리하는 구조가 됐다.
그리고 SBS 지분을 30% 보유해 주주 중 하나였던 태영은 방송사가 아닌 SBS미디어홀딩스 대주주로서 방송법상 지분 제한 없이 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분율은 60%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태영이 SBS에서 창출된 각종 이익을 SBS미디어홀딩스 계열사로 옮겨 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지만, 당시 SBS와 대주주는 소유-경영 분리를 제도화하고 SBS와 계열사 간 내부 거래 투명성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10년간 실질적으로 SBS 수익이 모두 지주회사로 흘러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사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 체제 후 10년간 SBS 수익이 3천788억원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노조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SBS는 지난 2월 노조와 협상 끝에 SBS 수익 유출을 막을 합의문에 동의했다. 골자는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와 SBS 자산·현금 유출 방지였다. 합의 후 실제로 SBS미디어홀딩스는 809억원을 받고 보유 주식 전부를 SBS에 매각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 합의를 두고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합병을 통한 회사 정상화의 첫걸음이자 '지주회사 체제의 종언'이라고 못 박았지만, 후속 조치 과정에서 다시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노조는 최근 태영 회장 자리에 오른 윤석민 회장이 SBS콘텐츠허브와 SBS 이사회 인사에 자신의 측근들을 앉힘으로써 자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이사회 개최 당일 노조의 집회시위로 이사회에서는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 등은 보류됐고, 전략기획실 내 자산 개발과 경영기획 기능을 경영본부로 옮기는 조직개편안만 통과됐다. 노조는 조직개편안 통과도 윤 회장의 측근이 수장으로 있는 전략기획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4일에도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에 4대 요구안을 전달, 투쟁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노조는 이날 박정훈 사장과 이동희 본부장의 사퇴,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파괴한 데 대한 윤석민 회장의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최근 조직개편안과 인사안 전면 철회, SBS 콘텐츠허브 이사회 재구성 등을 요구하며 "오는 5일 오후까지 답변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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