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대통령이 핑계대고 야당에 연정권한 줄수도"
우파진영 높은 지지율에 네타냐후 유리…야당이 제1당 되면 상황 복잡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9일 총선이 실시된 뒤 대통령이 부당하게 총리직을 야당에 주려고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현지TV 채널12에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핑계를 대고 중도정당연합 '블루와화이트'(Blue and White)의 베니 간츠(60) 대표에게 연립정부 구성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방송에서 자신이 이끄는 리쿠드당 당원들을 향해 리쿠드당과 블루와화이트가 접전을 벌이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처럼 차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리쿠드당은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통령) 리블린은 단지 핑계를 찾고 있다"며 "(리쿠드당과 블루와화이트의) 차이가 3석, 4석, 5석이라면 리블린은 이것을 핑계로 삼아 간츠에게 (정부구성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리쿠드당과 블루와화이트는 접전을 펼칠 공산이 크다.
지난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블루와화이트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이달 1일 채널12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리쿠드당이 총선에서 31석을 확보해 블루와화이트보다 1석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은 리블린 대통령의 총리 후보 지명권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블린 대통령은 강경 보수파 정치인인 네타냐후 총리와 종종 각을 세웠다.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가 소셜미디어에서 "이스라엘은 오직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라고 주장하자 리블린 대통령은 "1등 시민도, 2등 시민도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선거 이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야비한 시도"라며 반발했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 총선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정당 명부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의 전체 120석이 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된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총선 직후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연정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구성권을 준다.
지명된 총리 후보가 42일 안에 연정을 출범시키면 총리직에 오르지만, 연정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이 다른 정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해야 한다.
이스라엘 정치의 특성상 네타냐후 총리가 현재 유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익정당들이 연합하면 과반인 약 65석을 확보하고 야당 블루와화이트가 아랍계 정당 등과 연합해도 55석 정도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블루와화이트의 간츠 대표가 총리 후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루와화이트가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하면 리블린 대통령이 이를 명분으로 간츠 대표에게 연정구성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총선에 승리한 제1당 당수가 보통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
네타냐후가 2009년 총리 후보로 지명됐을 때도 그가 이끈 리쿠드당은 카디마당에 이어 2위에 그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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