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둔 일부 유럽 국가, 이민보다 '인구유출' 더 우려"
ECFR,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14개국 5만명 대상 '우려사항' 조사
부패·민족주의·테러·환경도 우려대상…"선거 반이민 프레임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몰려드는 난민 문제로 촉발된 유럽의 반(反)이민 정서가 선거를 앞둔 유럽 정계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선 인구유출 문제 등 다른 문제들이 더 큰 이슈로 여겨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외교협회(ECFR)는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를 통해 14개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사는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선거 쟁점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32%가 이민(Immigration) 문제를, 20%는 인구 유출(Emigration)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와 같이 인구가 큰 폭으로 줄거나 인구 변동이 거의 없는 나라에선 인구유출 문제가 특히 불법 이민자 유입문제보다 더 큰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인구유출 문제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자국민의 장기 출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민과 함께 부패, 민족주의, 테러리즘도 응답자들이 꼽은 유럽의회 선거의 주요 쟁점이자 우려 사항이다.
특히 '이슬람 급진주의'는 유럽인 5명 가운데 1명꼴로 우려하는 문제였는데, 동유럽보다는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이런 인식이 강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는 경제 개발이 위축되더라도 '환경'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주류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밖에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그리스에서는 경제 문제,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루마니아, 스페인, 그리스, 슬로바키아 등 7개국에선 부패 문제가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라는 응답이 나왔다.
그런데도 일부 극우 정당 지도자들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난민'을 핵심 이슈로 부각하려 애쓰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등이 대표적인 반난민 주의자들이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협회 집행 이사는 민족주의자들은 이번 선거를 이민에 대한 국민투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유럽연합 주의자들에게 기후변화와 헬스케어, 주택문제 등 측면에서도 표를 얻을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이민 문제만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반유럽 정당들의 프레임을 받아들일 경우 전략적인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