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혐한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 금지"…조례 내달 시행
사전에 공공시설 이용 불허…광역자치단체 중 처음
부당한 차별적 언행으로 인정되면 내용 공개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도쿄도(東京都)가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헤이트 스피치를 억제하는 조례를 내달부터 전면 시행한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을 뜻하는데, 일본에서는 노골적인 혐한(嫌韓) 발언이나 시위, 외국인에 대한 차별 발언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30일 도쿄도 등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올림픽 헌장에 명기된 인권존중의 이념 실현을 목표로 하는 조례'를 내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조례는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올림픽 헌장의 이념을 실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할 올림픽을 앞두고 차별적 언행이 공공연히 이뤄지는 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례는 도쿄도지사가 공공시설에서 부당한 차별적 언행을 방지하기 위해 시설 이용제한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도쿄도는 그 기준으로 헤이트 스피치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거나 이로 인해 발생할 분쟁 등에 의해 시설의 안전 관리에 지장이 예측되는 경우로 제시했다.
해당 단체의 집회가 시설 이용제한 기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시설 관리자가 준비되는 집회의 내용, 과거의 집회 내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로 설치될 심사회의 조사심의를 거쳐 공평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조례는 심사회가 표현활동의 위축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면서 구체적 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적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시설 관리자는 해당 단체에 이용을 불허하거나, 허가를 결정한 이후에도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조례는 시위나 인터넷상의 표현활동 등이 부당한 차별적 언행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경우 도쿄도지사가 사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개요 등도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중 도쿄도가 이번이 처음이다.
조례는 지난해 10월 도쿄도 의회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선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헤이트 스피치와 관련된 집회 장소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조례를 제정했다.
일본에서는 2016년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본국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시행됐지만, 헤이트 스피치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쿄도는 조례와 관련해 시설 이용제한에 관한 기준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특정 민족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는 차별적 언행으로 "조국으로 돌아가라", 특정 민족을 지칭하며 "(일본에서) 나가라" 등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이는 법무성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익들은 그동안 "조선인은 한반도로 돌아가라", "조선인은 죽어라" 등의 발언을 쏟아내 문제로 지적됐다.
법무성 자료에선 2012년부터 3년 반 동안 헤이트 스피치 시위를 한다고 지적받아온 단체가 1천152회의 시위나 가두선전 활동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위의 40% 이상이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시내 대형 서점에는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우익 관련 도서가 진열돼 있기도 하다.
도쿄도는 "헤이트 스피치의 해소를 추진함과 동시에 헤이트 스피치는 절대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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