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자유조선, 신변노출 우려…美일류로펌 변호사가 대리 성명"
美와 동맹국에 반북단체 지원 요청…美NSC 국장 역임 변호사 선임 주목
"北대사관 침입 주도자, 김정남에 망명정부 지도자 누차 권했으나 거부"
일부 인권단체 "침입사건, 불필요하게 北자극…보복·활동 어려움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달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을 주도한 반북단체 '자유조선'이 구성원의 신변노출을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류로펌 변호사가 이들을 대신해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을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28일(현지시간) '북한 대사관을 대담하게 습격한 비밀단체가 지금 노출을 우려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일류로펌 보이스실러플렉스너의 뉴욕사무소 소속 변호사 리 월로스키가 전날 자유조선을 대리해 성명을 냈다고 전했다.
월로스키 변호사는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 정권에 반대하는 단체들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보도된 스페인 판사의 발언들은 여러 중대한 측면에서 와전됐으며 반대자들을 일상적으로 암살하는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의 이름을 공개한 결정은 깊이 걱정스러운(troubling)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유조선 임시정부'를 대리해 성명을 낸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보이스실러플렉스너 홈페이지에 따르면 월로스키 변호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초국가적위협 담당 국장을 지내다 2001년 로펌에 합류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를 지내기도 했다.
WP는 자유조선이 어떻게 보이스실러플렉스너 같은 일류 로펌을 선임할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스페인과 같은 외국에서 습격을 감행할 수 있었는지가 현재로선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페인과 한국 언론에서 자유조선이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로펌 선임 비용이나 은밀하게 이뤄지는 자유조선의 활동, 자유조선이 미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선임 과정에 미 정보기관이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을 짐작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WP는 김정봉 전 국가정보원 실장을 인용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에게 북한 망명정부 지도자를 맡아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은 "에이드리언 홍 창은 수년간 북한 망명정부 설립을 추진했으며 김정남에게 지도자를 맡으라고 여러 차례 권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했다. 암살에는 북한 인사들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다음 달 자유조선의 전신인 '천리마민방위'의 로고가 찍힌 영상에 등장해 아버지가 살해됐다고 말했다.
WP는 자유조선의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이 북한인권 활동가들과 탈북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지만 다른 활동가들과 인권단체들은 이번 습격사건으로 인해 보복을 당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김 위원장의 가혹한 통치에 반대하고 북미협상 및 남북관계 진전 국면에서 인권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각에서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사건으로 인한 역풍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해온 한 대북인권활동가는 WP에 "이번 도발은 북한 정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했고 다른 탈북자와 나 같은 활동가들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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