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베네수엘라서 철군 요구 트럼프 발언 반박…"합법적 파견"
크렘린궁 "시리아 미군이나 철수시키라"…외무부 "군사협력 합의 이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최근 자국 군병력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를 베네수엘라에 파견한 것과 관련 미-러 간에 외교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군대 파견은 베네수엘라와의 군사협력을 위한 합법적 조치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이는(러시아 군대 파견은)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정부와의 정상적 관계 틀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날 발언과 관련, 앞서 나온 마리야 자하로바 자국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시리아와 관련한 자신의 의무를 차분히 이행하고 이 일(러시아 군인 파견)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라"고 충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벌이는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부인 파비아나 로살레스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며 군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러시아 군병력을 철수시킬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말해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자하로바는 국영 TV에 나와 미국은 러시아 군인들에게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라고 말하기 전에, 시리아에서 자국군 병력을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시리아 철군 계획을 밝혔으나, 미군 200명은 시리아 남부 국경 지역에 평화유지군 형태로 남아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러시아 전문가들(군인들)은 군사기술협력 분야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베네수엘라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는 그들이 필요로하고 베네수엘라 정부에 필요한 만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는 러시아 전문가들은 국제적 합의에 근거해 베네수엘라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모스크바 주재 베네수엘라 무관도 러시아 군인들은 군사기술 협력 논의를 위해서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것이며 어떤 공동 군사작전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장교들을 포함한 약 100명의 군인과 물자를 실은 일류신(IL)-62 여객기와 안토노프(An)-124 군 수송기 등 2대의 항공기가 지난 2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국제공항에 착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원하는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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