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 "태영 인사개입"…반발집회에 건물봉쇄로 노사 대치(종합2보)
노조 반발에 이사회 의장 선임안 빠지고 조직개편안은 통과된듯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SBS가 지난달 노사, 대주주가 수익구조 정상화에 합의한 지 한 달 만에 후속 조치 과정에서 태영그룹의 SBS 인사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SBS 이사회가 열린 28일 목동 사옥에서 이사회 의장 선임 과정에 태영 윤석민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주장하며 피케팅 시위를 했다.
태영은 SBS 대주주이자 SBS 모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했다.
노조는 윤 회장이 이사회 의장 선임뿐 아니라 SBS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SBS콘텐츠허브 등 자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이날 집회 때는 사전 정보를 파악한 회사가 노조가 시위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건물 일부를 봉쇄하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SBS는 20층 사장실 앞에 모인 노조 조합원을 격리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20층으로 통하는 길을 모두 봉쇄했고,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1층 로비와 20층으로 분산됐다.
조합원들은 'SBS 진짜 주인은 구성원과 국민, 시청자다', '태영건설 윤석민의 SBS 장악 거부' 같은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윤창현 노조 본부장은 집회 발언을 통해 방송 공공성을 위해 쓰여야 할 자본이 SBS콘텐츠허브 등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바로잡고자 지난달 20일 노사, 대주주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합의안에는 SBS 콘텐츠허브의 경영권을 SBS로 넘기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윤 본부장은 "2단계로 약속된 시점에 유통 기능까지 SBS로 내재화하기로 비공개 합의했는데, 그것을 위해선 SBS와 SBS콘텐츠허브 이사회, 그리고 주주총회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 윤 회장의 인사 개입 등 행위를 보면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집회에는 오정훈 전국언론노조위원장 등 전국언론노조 관계자도 대거 참석했다.
오 위원장은 "SBS가 민영언론이지만 사회적 공기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싸워야 한다. 소유와 경영 분리는 언론사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이라며 "윤 회장의 최근 행태는 SBS를 사유화하려는 재벌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자 이사회는 일단 이날 회의 안건에서 의장 선임은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전략기획실 내 자산 개발과 경영기획 기능을 경영본부로 옮기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은 그대로 상정돼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사회가 끝난 후 긴급성명을 내고 "소유 경영 분리 폐기와 노사합의 파기 시도에 첨병 노릇을 해 온 비서실 출신 대주주의 수하에게 SBS의 조직과 전략 기능이 통째로 넘어간 셈"이라며 "1천500여명 구성원들과 그 가족의 인생, 미래가 걸린 조직을 한 줌 건설자본의 전리품으로 팔아넘긴 자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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