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정부·의회, '트윗파문' 여진속 대북압박 모처럼 한목소리
외교·안보·군사당국자들 총출동…혼선 차단하며 北에 메시지
민주 장악 하원 중심으로 '톱다운' 대북 관여 드라이브 견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외교·안보·군사 당국자들과 의회가 27일(현지시간) 일제히 대북 압박 메시지를 쏟아냈다.
제재유지 입장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의 결속을 재차 촉구하는 한편으로 아직 가시적인 추가 비핵화 실행조치에 나서지 않는 북한을 향한 경고음도 한 톤 높였다. 미 의회에서 마침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청문회에서였다. 행정부와 의회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이날 당국자들의 대북 강경 메시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2일 '추가 대북 제재 철회 지시' 트윗 파문의 파장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서 나온 것이다.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미정부가 유지해온 압박 기조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에 의해 느슨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미 조야 안팎에서 고조되는 가운데 행정부의 외교·안보·군사 당국자들이 전면에 나서 압박 전략을 재확인하며 혼선 차단에 나선 셈이다.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목표도 재확인했다.
이번 트윗 파문으로 대북 노선을 둘러싼 행정부 내 불협화음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노출된 가운데 북한의 변화 없이는 제재의 지렛대를 놓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분명히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 해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재무부의 중국 해운사 2곳 제재를 하루 만에 번복하려고 했다는 게 맞는다는 외신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다.
상임위별 여야 의원들도 대북 압박 전략의 후퇴 가능성을 우려, 제재유지를 이구동성으로 요구했다. '배드 딜 보다는 노딜'이라며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요구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의회에서는 FFVD보다 한 단계 강화된 개념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요구도 터져나왔다.
특히 스틸웰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빼고는 3곳 모두 하원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완화' 조짐에 제동을 걸며 '톱다운'식 대북 관여 드라이브를 견제하려는 흐름이 가속하는 양상이 연출됐다.
이날 하원 세출위원회 및 외교위 청문회에서는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증언대에 섰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는 국무부에서 동아시아·태평양 업무를 관장하는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가 열렸다.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태 안보 담당 차관보, 필립 데이비드슨 인도 태평양 사령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 사령관 등 3인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하원 외교위 아·태·비확산 소위는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좌장인 휴 그리피스를 증인으로 불렀다.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대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관련 당국자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미 의회가 마침 '한반도 청문회 데이'를 맞게 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는 역사상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세계의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도록 최선을 다해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0년 회계연도 국무부 예산 요청을 하면서 "이번 예산은 우리의 외교적 활동이 계속 유지되도록,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목표(FFVD)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의 이행을 계속하도록 해준다"며 FFVD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제재이행을 유지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또한 북한이 핵 역량 감소를 위한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걸 아직 못 봤다며 "진짜 행동을 봐야 할 때"라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다.
스틸웰 지명자도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는 (북한에) 충분히 속았고 꾸준한 (대북) 압박이 계속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아태 지역의 가장 시급한 안보 사안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꼽으면서 "제재를 너무 빨리 풀어주는 것은 시작점으로 우리를 되돌릴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청문회에서 외교위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의원은 "만약 우리가 최대 압박을 완화한다면 우리는 결국 실패한 전략적 인내 독트린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CVID 원칙을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 산하 아·태·비확산 소위에서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를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전문가패널을 책임지고 있는 휴 그리피스 코디네이터가 출석해 증언했다.
그리피스 코디네이터는 북한이 불법 거래하는 등 제재위반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제재 보고서' 내용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소속인 브래드 셔먼 소위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을 거론, "북한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동의할 정도로 충분한 압박하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북한 비핵화 관련)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더 좋은 제재가 필요하다. 미정부 안이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무기도 보유하지 않는 CVID를 요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어태세를 책임지는 군 당국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했다.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우리가 관찰한 그들(북한)의 활동은 비핵화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만일 북미 관계가 부정적으로 바뀐다면 우리의 준비태세는 조기에 경보나 표시를 주기 위한 눈도 깜박이지 않는 감시를 제공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상황이 악화하기 시작하면 그럴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내놨다.
데이비드슨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역내 '5대 도전들' 가운데 북한을 가장 먼저 손꼽으며 "목전의 위협"이라고 표현하며 "군사대비태세를 철저히 함으로써 압박 작전을 지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재를 약화하고 제재 이행에 있어 '정치적 분열'의 씨앗을 뿌리려는 북한의 적극적인 시도가 있다"며 "중국은 더해야 한다"며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가했다.
다만 미국 측은 비핵화 행동 견인을 위한 압박 메시지를 타진하면서도 이와 함께 '외교적 관여'라는 쌍끌이 노력을 강조하며 대화의 문도 여전히 열어뒀다. 폼페이오 장관은 "FFVD를 향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그동안 이뤄진 것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 뒤 "나는 여전히 우리가 그들과 관여하고 협상해서 올바른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는데 희망적이다. 우리 팀은 각급에서 관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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