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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적은 타자인가 나 자신인가…영화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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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적은 타자인가 나 자신인가…영화 '어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조던 필 감독은 영화 '겟 아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내 인종 차별을 공포 영화로 풀어낸 기발함과 해석의 여지가 많은 내용에 관객은 열광했다. 그런 그가 신작 '어스'를 들고 돌아왔다. 이번에도 공포영화지만, 다양한 상징과 함의를 담은 지적인 작품이다.

1986년 미국 산타크루즈 해변의 한 놀이공원에서 어린 애들레이드는 아버지가 게임에 정신이 팔린 사이 해변으로 간다. 그곳에서 '영혼의 여행, 당신을 찾으세요'라는 간판이 걸린 놀이시설 안으로 들어가고, 거울로 가득 찬 방 안에서 자신의 도플갱어와 마주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인 줄 알았지만, 자신과 다르게 움직였던 것.
이후 영화 시점은 현재로 이동한다. 성인이 된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분)는 남편 게이브(윈스턴 듀크), 딸 조라(샤하디 라이트 조셉), 아들 제이슨(에반 알렉스)과 함께 산타크루즈 해변 근처 별장을 찾는다. 어릴 적 도플갱어를 봤던 그 해변을 다시 찾은 애들레이드는 계속 불안해하고, 그날 밤 자기 가족과 똑같이 생긴 네 명의 사람이 빨간 옷을 입고 서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이 영화에는 타자에 대한 적대적인 시선과 외부 침입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타자를 도플갱어로 설정함으로써 '나를 공격하고 우리 집에 쳐들어온 외부의 침입자가 나와 똑같이 생겼다. 그렇다면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타자인가 나 자신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도플갱어를 보면 한 사람은 죽는다' 등의 도플갱어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미국 사회가 타자, 또는 침입자에 대해 가진 두려움과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극중 멕시코가 언급되고 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장벽' 같다. 애들레이드가 자신의 도플갱어 레드에게 "누구냐"고 묻자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답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제목 '어스'(Us)는 '우리'이자 '미국'(US, the United States)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겟 아웃'처럼 인종 차별 주제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해당 함의는 곳곳에서 보인다. 전작의 주인공처럼 '어스'의 주인공도 흑인 가족이고 흑인이 끝내 살아남는 점도 마지막 생존자가 항상 백인이었던 기존 공포영화와 다른 점이다.
그 외 가위, 토끼와 같은 여러 상징과 복선이 깔려있어 해석하는 재미를 준다.
독특한 연출과 미장센도 놓치지 않았다. 잔인한 살인의 장면에 N.W.A.의 'F**k The Police'(경찰 엿먹어)가 흐르고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이용해 독특한 시퀀스를 만들어냈다. 영화 '샤이닝'에서 영감을 받았거나 기존 공포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장면들도 있다. 심장을 조이는 음향 효과도 긴장감을 더한다.
국내에는 '블랙 팬서'로 알려진 루피타 뇽의 연기도 돋보인다. 애들레이드와 레드 1인 2역을 맡은 그는 가족을 지키려는 엄마의 모습부터 섬뜩한 표정과 목소리를 보여주는 도플갱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3월27일 개봉.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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