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진 훼손한 죄?'…부룬디 10대 여학생 3명 5년형 직면
15∼17세 3명 국가원수 모독 혐의 기소…인권단체들 "처벌 지나치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10대 여학생들이 학교 교재에 있는 대통령 사진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중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룬디 사법당국은 15∼17세 사이 여학생 3명을 국가원수 모독 혐의로 기소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수도 부줌부라에서 북동쪽으로 200㎞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학교 교재에 있는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 사진에 낙서를 한 혐의로 지난주 체포됐다.
이들은 현재 구금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룬디에서 국가 원수를 모독하면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들 외에 다른 4명의 학생도 함께 체포됐으나 형사책임이 없는 13세 미만이라는 점 등 때문에 석방됐다.
인권단체에서는 이들 학생에 대한 처벌이 부당하거나 지나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인권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부룬디에서는 급우들 사이에 교재를 돌려보는 일이 일반화해 대통령 사진을 실제로 훼손한 학생이 누구인지 알기가 어렵다면서 이들이 무고한 사법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아동인권보호단체도 "부룬디법상 대통령 사진이나 그림을 훼손하는 게 범법 행위인 것은 맞지만 이들이 10대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선처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룬디에서는 과거에도 유사한 일로 학생들이 처벌을 받거나 학교에서 쫓겨난 사례가 있다.
2016년에는 학생 11명이 학교 교재에 있는 은쿠룬지자 대통령 사진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살았다.
그해 부줌부라의 일부 학교에서는 비슷한 행위로 300명 이상의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2005년부터 권력을 잡고 있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철권통치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는 2015년 국민적 격렬한 반대와 헌법 위반 논란에도 3선에 도전해 성공했다.
당시 부룬디 군·경과 시위대 간 충돌로 수백명이 사망했으며 약 50만명이 해외로 탈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OHCHR)은 부룬디에서 국가에 의한 불법 살해와 체포·구금, 표현·회합·단체행동 자유에 대한 억압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부룬디 당국의 압력으로 23년째 운영되던 OHCHR 관련 인권사무소가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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