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발빼는 시리아에 이란 밀착…"전장에서 피섞은 혈맹"
IS 격퇴전이 이란-이라크-시리아 '접착제' 역할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시리아에서 발을 빼려는 미국과 달리 내전의 '승자' 시리아 정부의 최대 후원자인 이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그간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지원이 군사 분야에 집중됐다면 내전이 마무리되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후 재건, 경제, 정치 등 전방위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월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을 시리아로 보낸 데 이어 지난달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테헤란으로 초청해 최고지도자와 직접 대면하는 자리를 마련, 양국의 우호를 대외에 과시했다.
지난달 시리아 외무장관이 테헤란을 찾았고, 이달 17∼18일에는 이란군 참모총장이 다마스쿠스를 방문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전위대'나 다름없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참전하도록 해 당시 불리했던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다.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전 참전은 레바논 내에서도 비판이 높았지만 헤즈볼라는 이를 무릅쓰고 이란의 지역적 이해와 계산을 충실히 대변했다.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 역시 "경제난이 심각한데 다른 나라를 지원할 여력이 있느냐"는 국내외 반정부 세력의 비판에도 시리아 정부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9년째에 접어든 시리아 내전의 전세가 알아사드 정권으로 기울면서 이란 입장에서는 비로소 '결실'을 눈앞에 둔 셈이다.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 지역을 탈환하고 정치적 안정을 되찾는다면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견고하게 구축할 전망이다.
미군의 시리아 철수와 관련해 규모를 두고 전망이 혼란스럽지만 이란은 시리아 정부에 외국의 군대, 즉 미군이 주둔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주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18일 이란군 참모총장을 만나 "시리아, 이란, 이라크인의 피는 외부 세력이 배후인 테러리즘과 용병에 맞선 전선에서 섞였다"면서 '혈맹'이라고 규정했다.
이란에 시아파 벨트의 확대는 종교, 정치적 연대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경제 제재를 돌파하는 '경제 전선'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란 국영기업은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란이 과거에도 인접한 이라크, 시리아에 영향을 끼쳤지만 '혈맹' 수준까지 관계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접착제'는 이슬람국가(IS)의 등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헤즈볼라를 앞세워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가 직접 전장에 나서고,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지휘하게 된 시점은 IS 사태가 본격화한 2014년 즈음이었다.
IS가 전 세계의 '공적'으로 떠오르면서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을 도와 대테러전을 수행하겠다는 혁명수비대의 참전 선언을 미국이 막기엔 전황이 급박했고, 명분도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IS는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패망 직전에 처했고, 이란은 IS와 전쟁에서 승전한 지분을 수확하고 있다.
반대로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던 미국은 결과적으로 이란의 확장을 막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미국은 또 이라크 정부의 IS 격퇴전을 지원했으나 지난해 총선으로 이라크 정부와 의회는 친이란 세력이 주도하게 됐다.
이에 대해 마무드 알마슈하다니 이라크 전 의회 의장은 11일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은 몸은 작지만 뇌가 크고, 미국은 몸만 크고 뇌는 작다"고 촌평했다.
하지만 미국의 철수가 이란의 낙승과 시리아의 안정으로 단순하게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리아를 향한 이란의 서진(西進)은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아에서 철군을 언급하는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시리아 남부의 이란군 시설과 기지를 폭격하면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시리아가 중동의 숙적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장이 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는 셈이다.
시리아 내전의 또다른 주요 '플레이어'인 터키도 경쟁국 이란의 시리아 진출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터라 시리아 북부의 군사 충돌도 쉽게 정리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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