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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號 100일' 경제활력으로 중심이동…거시지표 관리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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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號 100일' 경제활력으로 중심이동…거시지표 관리는 숙제
혁신성장 실천에 역점·투자 촉진 가시화…사회적 대타협 요원
소득격차 심각·성장률 전망 불투명…전문가 "추경 편성하고 경기 살려야"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김경윤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9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현장과의 소통 강화, 정책 신뢰 회복 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 사령탑으로 나선 홍 부총리는 정책의 무게 중심을 경제활력과 혁신성장 쪽으로 꽤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며 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도 쉽지 않다.
홍 부총리가 취임식 때 밝힌 대로 "성과를 내서 체감하는 변화"를 달성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으며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 최저임금 결정구조 손질·규제 샌드박스·투자 속도…혁신·활력에 역점
홍 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2기 경제팀이 그간 역점을 둔 분야로는 정책 보완, 혁신, 경제 활력 등을 꼽을 수 있다.
1기 경제팀은 분배·복지 등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고 노동시간 단축·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홍 부총리는 시장의 비판을 수용해 정책을 수정·보완하려고 애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해 결정구조 개편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는 취임 전부터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을 공언했고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이 최근 마련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은 일단 지킨 셈이다.
다만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영역이라서 양쪽 모두 이에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정부 안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간 홍 부총리의 행보에 관해 "방향성을 가지고 나가려고 했고 정책 수정을 위해서 노력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혁신성장 정책도 꽤 앞으로 나갔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속속 적용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도심 수소차 충전소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결정한 이후 17일 현재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업무 중 17건이 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까지 포함해 4개 부처에서 100건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를 만들 계획이다.
대규모 민간 프로젝트와 관련된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투자를 촉진하는 구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가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도록 산업단지 특별배정을 요청하는 안이 15일 국토교통부 수도권 정비 실무위원회를 통과했고,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하면 SK하이닉스 용인 공장 첫 번째 제조공장(Fab)은 이르면 2022년 착공할 전망이다.
현대차[005380]가 서울 강남에 건설을 추진 중인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올해 1월 정부 심의를 최종 통과해 상반기 중 착공할 전망이다.


◇ 수출 감소·경기 우려…소득 격차도 심각
거시 경제 지표 관리가 홍 부총리에게는 숙제다.
우선 수출이 2월까지 3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감소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부진이 심상치 않다.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이달 1∼10일 수출실적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1% 감소했고 반도체 수출은 29.7%나 줄었다.
정부는 대출·보증 등 무역금융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조정의 충격을 막을 수 있는 특효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경기 지표도 좋지 않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에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생산·투자·소비를 나타내는 지표가 1월에 모처럼 동반 상승했으나 설 명절 특수로 인한 효과라서 2월 지표가 불안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투자와 수출의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의 경기도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9조원 수준의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올해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2.6∼2.7%)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상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과 비슷한 판단인 셈이다.
고용은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6만3천명 늘어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사업 등 정부 정책의 효과가 크고 민간의 일자리는 확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고 분배 격차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4분기 1분위(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7% 줄어들었다. 4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0.4% 증가해 통계작성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5분위와 1분위 사이의 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작성 이후 4분기 기준으로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노인 일자리사업 확대·실업급여 인상·근로장려금(EITC) 확대·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한국형 실업 부조 제도 도입(2020년)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자리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대응이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우려된다.

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은 순조롭지 않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카풀 서비스를 오전 7∼9시·오후 6∼8시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토요일·일요일·공휴일은 제외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 노동자들이 합의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고 카풀 스타트업 3사도 수용할 수 없다며 재논의를 요구했다.
근로자·사용자·정부가 고용·노동 정책 등을 협의하기 위해 구성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불참해 파행 상태다.

◇ 소통 리더십·실천 중시…카드 공제 일몰 혼선에 '주도권 약하다' 분석도
홍 부총리가 보여준 장점은 소통이다.
그는 취임 직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대기업의 기업인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부총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거의 매주 현장을 방문해 경제활동에 관여하는 각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전임자인 김동연 전 부총리 때와 비교하면 청와대 정책실장(장하성)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엇박자 논란이나 이로 인한 조직 안팎의 피로감은 많이 줄었다는 평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수현 정책실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의무적으로 만나는데 하루에 네 번 만난 적도 있다"며 "조율 잘 하고 있다. 편안하게 서로 얘기를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보자 시절 2주에 한 차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현안에 관한 정부 내 소통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정책을 발표하면 후속 처리 과정을 상당히 꼼꼼하게 챙기고 현안에 관해 실무자와 같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홍 부총리는 정책을 구체화해서 대책으로 발표하고 나면 실행 계획 담당자를 지정해서 점검하는 등 실천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신용카드 소득 공제 일몰과 관련한 혼선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정책 주도권이 다소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 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말 일몰이 예정된 카드 소득 공제의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일고 정치권에서 카드 소득 공제를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정부는 소득공제율과 한도를 원칙적으로 유지하고 일몰 시기는 3년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재부 측은 애초 홍 부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신용카드 소득 공제 제도 축소가 아니라 개편 여부·방향을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상 정치권과 여론에 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 전문가들 "경기 살려야…추경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홍 부총리가 경기 하락을 막고 성장 동력을 키우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성장률 하락을 막아야 하고 1분위의 소득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려면 결국에는 정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경을 편성하는 경우 설비 투자와 건설투자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선진국형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안전 관련 투자를 고려하고 민간 자본과의 매칭 방식을 시도하면 좋겠다고 권했다.
손 원장은 서비스 산업과 관련해서는 "사회복지 외에 디자인, 설계 등 선진국을 지향하는 분야를 키워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성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제하고서 "정책 부작용을 수정하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하며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정책의 궤도 수정을 확실히 하라"고 주문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은 "경기가 너무 빠르게 식고 있으니까 당장 경기를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지금 기업들이 투자나 경영에 불확실성이 많아서 걱정하니 경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홍 부총리가 증권거래세 개편에 관해 "밀도 있게 검토된 바가 없다"고 했다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 결이 바뀐 발언을 한 것이나 신용카드 소득 공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 것에 관해 "정책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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