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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길을 묻다] ① 빈익빈 부익부…'1대 99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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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길을 묻다] ① 빈익빈 부익부…'1대 99의 사회'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최고 속도로 악화
소득불평등 정도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

※ 편집자주 = 그동안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주도해온 전통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 경제성장의 관행이나 가치관에 머물러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신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를 맞아 구조조정과 혁신성장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호는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역사적 위치를 짚어보고 앞으로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연중 기획을 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한국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 격차는 지난 20여년간 최고 속도로 확대되며 소득 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악화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고용 없는 저성장의 와중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10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상위 10% 경곗값을 하위 10% 경곗값으로 나눈 배율(P90/P10)은 2016년 5.73배에서 2017년 5.78배로 악화했다.
OECD는 소득 상위 10%선에 걸친 값(P90)을 소득 하위 10%선에 걸친 값(P10)으로 나눈 이 배율을 국가별 소득 불평등을 재는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배율이 상승할수록 소득불평등도는 높아진다.
이 배율 등은 OECD에 보고돼 이달 말부터 공식 국제비교 지표가 된다. 정부가 2016년부터 공식 소득분배지표를 가계동향조사 기준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준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0분위 경곗값 배율의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미국(6.3배·2016년 기준), 리투아니아(5.8배·2016년 기준)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불평등도가 OECD 회원국 중 미국과 리투아니아를 제외하면 가장 심하다는 뜻이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우리나라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6년 5년 만에 악화로 전환하면서 0.355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0.4를 상회하면 불평등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본 소득불평등도는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국가는 멕시코(0.459·2014년), 칠레(0.454·2015년), 터키(0.404·2015년), 미국(0.391·2016년)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치솟았다.
1997년 0.257이었던 지니계수는 1998년 0.285, 1999년에는 0.288로 뛰었다. 이후 개선과 악화를 겪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0.295로 정점을 찍은 뒤 여전히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2016년 6.98배, 2017년 7.00배로 확대됐다.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의 7배를 번다는 얘기다.
분배 악화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47배로 같은 4분기 기준 자료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나빠졌다.
이 조사는 상위 소득 구간에서 표본의 누락이 많고, 금융소득은 실제보다 낮게 보고되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보다는 배율이 낮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악화 속도는 OECD 회원국 중에 거의 독보적으로 빠르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의 소득집중도는 2016년 기준 43.3%로 1996년(3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도 1996년 7.8%에서 2016년 12.2%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지난 20년간 소득집중도 상승 폭은 WID에 소득집중도 지표를 공개한 OECD 회원국 중 아일랜드와 함께 가장 높았다.
아일랜드의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의 소득집중도는 1996년 28.2%에서 2016년 37.2%로 치솟았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도 1996년 7.1%에서 2016년 11.5%로 뛰었다.
WID는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를 비롯해 120여명의 전 세계 학자들이 소득 불평등과 관련된 각국 지표를 공개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다.
앞으로 소득분배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분배문제가 당장 올해 상반기에 확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에는 민간 일자리와 정부의 재정 지원, 여러 사회안전망 조치의 정책효과가 잘 반영돼 나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포용복지연구단장은 "하반기에는 소득분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기초연금이 3월부터 늘어나고, 근로장려세제(EITC) 효과도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피해가 하위에 집중됐다"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데 따른 노동소득과 사업소득 감소는 이전소득 증가로는 만회가 안 되기 때문에 향후에 소득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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