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SIS·38노스 "北동창리 발사장 재건 움직임"…의도는 불분명(종합)
2차 정상회담 결렬후 2일 촬영 위성사진 판독결과 공개
2차 회담 성공 염두 둔 작업인지, 결렬 따른 대미압박 행보인지 불확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강건택 기자 = 최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에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전문 사이트들이 5일(현지시간) 잇따라 전했다.
이는 전날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것이 폐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차원인지, 아니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압박 메시지 발신을 위한 행보인지는 판단하기 일러 보인다.
미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이날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 미사일발사장을 재건(rebuild)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38노스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앞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구조물을 다시 짓는 작업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시작됐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이 시작될 무렵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레일을 이용해 로켓 추진체를 발사대 위로 올리는 이동 구조물과 엔진시험대를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했으나 최근 포착된 위성사진에서는 레일식 이동 건축물이 다시 조립되는 중이라고 38노스는 분석했다.
2대의 지지 크레인이 이 건축물에서 관찰됐으며, 벽이 세워지고 새로운 지붕도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 벽은 기존 벽보다 더 높으며 엔진시험대에서도 엔진 지지 구조물이 다시 조립되는 중이라고 38노스는 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이날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상업 위성 사진을 보면 북한이 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신속히 재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움직임은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으며 주로 닫혀 있던 연결타워의 덮개도 열려 발사대가 보이고 있다고 CSIS는 지적했다.
CSIS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틀 후인 이달 2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으나 이같은 작업이 회담 결렬 이후 시작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회담 이전에 미사일 발사장을 손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면 북한이 회담 성공을 염두에 두고 발사장 해체 약속 이행을 위해 작업에 착수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험장의 완전한 해체와 검증을 위해 국제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이 회담 결렬 직후 개시된 것이라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완화를 거부한 미국에 압박성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창리 발사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되는 로켓 엔진 시험이 이뤄졌던 곳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카드로 회담 결렬이라는 뜻밖의 상황에 대응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도 전날 국회 정보위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 시설 중 일부가 복구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했을 경우 발사장 폐기로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과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시설을 다시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이 모두 있다는 설명이다.
CSIS는 지난해 8월 이후 동창리 발사장의 활동이 중단돼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활동 재개는 고의적이고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38노스도 CSIS와 같이 이달 2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분석했으나 이러한 작업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시작된 것으로 분석해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한쪽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만일 회담 결렬에 따른 대응이라면 가뜩이나 기로에 선 북미협상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몇주 내에 북한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며 협상 재개 의지를 피력했으나 미국의 '빅딜' 압박에 북한이 ICBM 카드로 맞서는 상황일 경우 재개 시점이 더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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