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화 끈' 놓지 않은 북미, 조속히 후속협상 나서라
(서울=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핵담판 결렬에도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올바른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 매체는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 대미 비난 대신 미국과의 '생산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갈 방침을 전했다. 미국도 "앞으로 며칠, 몇주 안에 다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후속 협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이 구체적 성과물 없이 끝났지만 양측이 대화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후속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당장 성과를 장담할 수 없고, 양측 실무진이 움직일 공간도 넓지 않다.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리용호 북한 외무상), "내 느낌으로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는 등 기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협상 전략을 재점검할 냉각기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협상이 장기교착 국면으로 들어간다면 대화 동력은 급속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조속히 실무협상을 재개해 양측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최선이다.
북한이 제안했다는 '미국 전문가 입회 하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영변 모든 핵 시설 영구적 폐기'가 이뤄진다면 비핵화와 관련한 유의미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번 협상 결렬은 더욱 아쉽다. 하지만 북한의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에 대한 제재해제 요구를 국제 제재체제 자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것으로 보는 미국의 입장과 '영변 외 대규모 핵시설'에 대한 우려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북미 간 간극이 작지 않지만, 양측이 이번 회담 과정에서 확인한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이견을 좁혀가려는 노력을 펼친다면 접점 마련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은 적지 않은 교훈을 양측에 남겼다. 무엇보다 비핵화 로드맵 마련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줬다. 북미 간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은 단계적·상호적 조치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행 순서와 조치에 대한 전체 그림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톱다운 방식'의 협상이라도 실질적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음을 이번에 보여줬다. 양측 실무진이 협상을 재개한다면 정교한 비핵화 로드맵부터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간은 북한도, 미국의 편도 아니다. 하노이 협상 결렬의 충격이 작지 않겠지만, 양측이 냉각기는 최소화하고 조속히 다시 협상의 틀을 가동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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