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 결정' 국가교육위 윤곽…연내 출범 '첩첩산중'
10년 교육기본계획·대입 등 중장기 정책으로 새 교육체제 마련
위원 구성 두고 정치권 다툼 예상…'옥상옥 기구' 전락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와 여당이 28일 국가교육위원회법 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정과제인 위원회 설치를 위한 첫발을 뗐다.
제정안과 정부 설명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10개년 국가교육기본계획 수립'과 '교육과정 개발·고시' 등을 중심으로 국가교육 비전과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위원회 역할로 '시장주의 정책과 산업사회 시스템이 결합한 5·31 교육체제 극복'과 '지능정보사회에 맞는 '2030년 교육체제 수립'을 제시했다. 이른바 5·31 교육체제는 김영삼 정부 때 교육개혁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교육체제를 가리킨다.
위원회에는 '장기적 대학입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도 부여된다.
다만 김 의장은 전날 언론설명회에서 "대입정책은 교육체제가 큰 틀에서 정해졌을 때 이야기할 부분"이라면서 "적어도 올해 대입정책 안을 내놓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국가교육위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회 협의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제정법안은 국가교육위 위원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5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8명, 당연직 2명(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 15명으로 규정했다.
대통령 지명위원과 당연직 위원인 교육부 차관 등 최소 6명이 '정부 측'으로 분류되는 만큼 야당은 국회 추천위원 중 자신들의 몫을 최대한 늘리려고 하거나 위원지명·추천비율 자체를 바꾸려 할 수 있다.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선거체제에 돌입하면 국가교육위처럼 '국민의 관심은 크지만 잘해야 본전'인 교육 관련 사안은 뒷전으로 밀릴 여지도 있다.
이 때문에 법안이 늦더라도 국회 문턱만 넘으면 다행이라는 전망과 함께 지난 19대 국회 때 법안처리 평균 기간이 500여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출범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가교육위가 출범한 후에도 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임기 3년인 국가교육위원 임기가 한꺼번에 끝나는 일을 막기 위해 첫 위원은 시기를 달리해 1차연도 10명, 2차연도 5명 등으로 나눠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원회 출범 첫 해는 위원 구성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또 위원선출 때마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을 선출할 때처럼 '이념논쟁'이 불거져 '정권에 얽매이지 않은 교육정책 수립'이란 목표와 달리 오히려 교육을 정치 한복판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교육위가 교육부를 이끌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법안에는 교육부 등이 국가교육위 심의 결과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됐다. 그러나 위원장이 장관급인 국가교육위와 부총리가 이끄는 교육부 간 긴장·대립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국가교육위는 장기적인 비전을 설정하기 때문에 (교육부 장관의) 사회부총리로서 역할과 큰 관계가 없을 것"이라면서 "국가교육위 결정은 각 부처에 기속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교육위가 자체 정책개발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교육부가 만든 정책안만 심의하면서 허울뿐인 '옥상옥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김진경 의장은 "현재 시스템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된다"면서 "국가교육위는 교육부뿐 아니라 교육감협의회나 시민사회 등 여러 주체가 제시하는 정책안을 종합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이 비교적 많은 편이어서 신속한 정책결정이 어려울 수 있는 점, 위원 임기가 3년(연임 가능)으로 장기정책 수립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점, 합의제 기구로 정책에 대한 책임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점도 향후 보완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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