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계약서만 있어도 기업에 현금"…수출활력 대책 담길 내용은
"수출보증 1조원 파격 확대…단기 금융·마케팅, 중장기 산업경쟁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김동현 기자 = 반도체 실적 하락으로 수출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나가자 정부가 파격적 수출금융 지원책을 들고 나왔다. 수출 현장 기업들의 가장 큰 민원 가운데 하나인 무역 금융을 파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조만간 발표하는 '수출활력 제고 대책'에 수출 단계별로 금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8개 정도를 확대·신설할 계획"이라며 "기업이 은행에 수출계약만 들고 가도 바로 현금을 쥘 수 있는 보증프로그램을 1조원 정도 확대한다"고 말했다.
성 장관이 언급한 수출계약 기반 보증은 수출실적, 재무신용도와 관계없이 수출계약서만 있으면 원자재 대금 등 상품 제조에 필요한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는 제도다.
성 장관은 또 "대표적으로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며 "지금은 수출하고 채권을 받아도 제품을 제작하고 결제해 돈을 손에 쥐려면 6개월 이상 한참 걸린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이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2014년에 3조5천억원 규모를 지원할 정도였는데 지난해 지원액은 9천억원에 불과했다.
산업부는 이참에 은행과 보증기관의 책임을 명확히 해서 무역보험공사 보증을 통해 기업의 수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1조원 정도 증액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출기업에 수출용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간접수출 기업들도 지원한다.
간접 수출 기업의 매출채권도 현금화가 가능하게끔 3천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은 새로 만든다.
수출채권 및 매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은 중소기업이 수출채권과 매출채권을 만기 전에 은행에 팔아 현금을 조기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증제도다. 일종의 어음 할인과 비슷하다.
성 장관은 "경쟁력 강화 정책도 수출 정책이 되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이렇게 해줘야 수출 숨통이 트여서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 해외에 사절단을 보내고 전시회를 열어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새해 수출 목표를 2년 연속 6천억달러 달성으로 제시하고 정초부터 국내 최대 수출 관문인 부산신항을 방문하고 2019년 첫 회의에서 수출점검을 다뤘다. 25일에도 대웅제약 오송공장을 방문해 의약품 수출 지원책을 밝히기도 했다.
수출 6천억달러를 한국보다 먼저 달성한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뿐이고 중개무역이 대부분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5번째 수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출은 지난해 고용과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작년 12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과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가격 및 유가 하락 등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2월도 플러스를 기록하기 힘들 전망이다.
성 장관은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수출 감소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상황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1달러라도 수출에 도움이 된다면 수출지원 대책을 365일 계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수출이 산업경쟁력의 또 하나의 거울"이라며 "수출대책은 단기적으로는 수출 금융과 마케팅 중심으로 가되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13대 주력품목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기업도 안전에 투자하고 나아가 고부가가치화, 스마트화, 친환경화를 통해 우리 산업의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양에서 질로 전환이 가능하다"며 "그렇게 할 때만이 수출 6천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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