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윤 前의원 파기환송심 '증거은닉'은 무죄…벌금 400만원
대법 판단 따라 일부 정치자금수수만 유죄…고법 "징역형 이를 정도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고 당원 명부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병윤(62)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파기환송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는 15일 증거은닉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 전 의원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오 전 의원은 2010년 2월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법 위반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 하자 당원 명부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9년 12월 민주노동당 명의의 계좌로 후원금 7억4천446만원을 기부받은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처벌을 두려워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은닉한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증거은닉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정치자금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자신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더라도 제삼자와 공모했다면 증거은닉죄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며 증거은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은 증거은닉 혐의에 대해 "피고인 자신이 직접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했다면 증거은닉죄가 해당하지 않고, 제삼자와 공동해 그런 행위를 했더라도 마찬가지다"며 유죄를 선고한 2심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당심에서는 증거은닉 정범에 대한 주위적 공소는 모두 철회되고 증거은닉 교사범이 성립되는지에 대한 공소만 남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증거은닉 정범으로 평가되고 그것이 무죄인 이상 피고인은 무죄로 판단한다. 증거은닉교사로 일부 행위만을 인위적으로 떼어내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명의로 후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후 헌재의 불합치 결정으로 정당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이 개정돼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효력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 역시 대법원의 판단대로 유죄로 봤다. 양형 이유에 대해선 "범행 죄질 등을 고려할 때 징역형에 이를 정도가 안된다고 보여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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