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아마존에 종이접기 알린 브라질동포 김성민씨
"종이접기로 인디언 부족과 교감하며 한국 알렸어요"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브라질 상파울루 북쪽 아마존 관문까지 4시간 동안 비행기로 날아간 뒤 그곳에서 다시 경비행기로 1시간 30분을 가면 닿을 수 있는 바나와 부족 마을.
100여 명의 인디언이 사는 이곳에 한국의 종이접기를 알린 브라질 동포가 있다. 주인공은 종이문화재단 종이접기 강사인 김성민(62) 씨다. 현재 나의꿈국제재단 브라질 지부장인 그는 중남미한글학교연합회 회장을 맡아 4년간 봉사했다.
종이접기를 좀 더 공부하기 위해 지난 12일 방한한 김 전 회장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이접기는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인디언과도 교감할 수 있는 매개라는 사실을 이번에 아마존을 방문해 처음 알았다"며 "덕분에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렸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강명관 선교사와 오종익(아르헨티나), 남상현(미국 뉴저지) 씨와 함께 지난달 20∼29일 바나와 마을과 헤사카 마을을 찾아 인디언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쳤다. 두 마을은 서로 사돈지간으로 배로 가면 3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이다.
강 선교사는 20여년 전 바나와 마을에 들어가 말은 있지만, 글이 없는 부족들에게 글자를 만들어 준 인물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종이접기를 알리기 위해 1만장의 종이를 공수했고, 특강이 끝난 뒤 모두 기부했다고 한다. 튤립 꽃과 꽃대, 비행기 접기를 가르쳤고 이후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를 열어 가장 멀리 날린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종이접기에는 마을 어린이와 어른 등 70여 명이 참여했어요. 거의 다 모였죠. 헤사카 마을에서도 40여 명이 배웠고요. 다들 신기해했죠. 자신들이 접은 꽃을 보면서 이뻐 죽으려고 하더라고요."
김 전 회장은 짧은 시간을 고려해 인디언 청년 몇 명에게 종이접기를 전수했다. 이들이 대신 교육을 맡도록 한 것이다.
그는 "반응이 아주 좋아서 또 가고 싶은데, 다행히 3박 4일 일정으로 갈 기회가 생겼어요. 인디언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한국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어 인디언 부족 마을의 '종이접기 여행'은 계속될 것 같아요."
김 전 회장은 그들에게 종이접기의 유래, 종이접기하면 손기술과 지능발달, 치매 예방 등 장점 등에 대해 알려주면서 "한국이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손기술과 머리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르헨티나에 이민해 9년간 살다가 미국 LA로 이주한 뒤 다시 브라질로 들어가 20여 년 살았다. 여성 의류 사업을 하면서 교회가 운영하는 한글학교에서 교사와 교장을 맡아 활동했다.
2017년 브라질에서는 처음으로 종이문화재단으로부터 종이접기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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