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중거리핵전력조약 파기 국제정치 혼돈 증대시킬 것"
언론 기고문…미국에 러시아와의 핵문제 관련 대화 촉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는 국제정치의 혼돈과 예측불가능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조약 체결 당사자인 고르바초프는 이날 자국 일간 '베도모스티' 기고문에서 "미국의 (INF)조약 탈퇴 결정 뒤에는 미국 지도자들이 인용하는 원인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 즉 군비 분야의 모든 제한에서 벗어나고 절대적 군사 우위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야심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최고의 부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상대국이 굴복할 때까지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허황된 목표이며 현대 세계에서 한 국가의 절대적 군사 우위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의 비건설적 전환(INF 파기 추진)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될 것"이라면서 "국제전략 상황 불안정화, 새로운 군비경쟁, 국제정치의 혼돈과 예측불가능성 증대 등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안보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는 미국 정치인들이 핵 문제에서 러시아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인, 특히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근년 들어 미국에서 조성된 심각한 내부정치 상황이 사실상 핵무기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의제와 관련한 양국(미-러) 사이의 대화 단절을 초래했다"면서 "(미국 내)당파 간 대립을 극복하고 (러시아와의) 진지한 대화를 시작할 때이며 러시아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정치인들이 현 상황을 숙고하고 세계를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냉전 시절 체결한 INF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가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냉전 시대 미-소 군비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INF 폐기 절차 착수의 이유로 꼽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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