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산] 카타르의 무서운 돌풍…영원한 우승후보도 약체도 없다
중동 약진·베트남의 깜짝 선전…아시아 축구 패권 구도 변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카타르의 '깜짝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개막 전부터 카타르의 우승을 '예언'한 스페인 축구선수 사비 에르난데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결과였다.
12년 만에 다시 중동팀에 우승컵이 돌아간 이번 대회는 축구공은 둥글며 영원한 우승 후보도, 영원한 약체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이변'이 속출했던 이번 대회에서도 이변의 최대 주인공은 우승팀 카타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3위 카타르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81위 레바논을 2-0으로 격파한 데 이어 북한을 6-0으로 완파했을 때만 해도 이변으로까지 여겨지진 않았다.
알모에즈 알리를 앞세운 공격력이 제법 날카롭고,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카타르의 전력이 예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카타르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FIFA 랭킹 69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2-0으로 완파하고 16강에선 88위 이라크마저 1-0으로 제압해 무실점 전승 행진을 벌이며 예사롭지 않은 활약을 이어갔다.
8강에선 우리나라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을 1-0으로 제압한 카타르는 준결승에서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를 4-0으로 완파한 데 이어 결국 결승에서 일본마저 3-1로 꺾으며 이번 대회 활약이 '준비된 이변'임을 입증했다.
비록 일본에 처음 골을 허용하며 무실점 전승 우승은 놓쳤지만 카타르는 역대 첫 메이저 대회 우승에, 알리의 아시안컵 최다 골(9골) 기록까지 세웠다.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후 외국 태생 선수들을 의욕적으로 발굴해 영입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국가적으로 축구 진흥책을 편 결과였다.
카타르를 제외하고도 이번 대회에선 중동의 모래바람이 꽤 거셌다.
3·4위전 없이 공동 3위를 차지한 이란과 UAE까지 이번 대회 4강 중 3개 팀이 중동이었다.
중동 3개 팀이 준결승에 진출한 것은 역시 UAE에서 열린 1996년 대회에서 사우디와 UAE, 이란, 쿠웨이트가 1∼4위를 휩쓴 이후 23년 만이다.
이란은 역시 중동의 강호다운 매서움을 보여줬고, 개최국 UAE도 8강에서 호주를 제압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FIFA 랭킹 109위 요르단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1-0으로 제압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요르단은 시리아까지 꺾고 2승 1무로 16강에 진출했으나 베트남에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이변을 마감했다.
그런가 하면 동남아도 더이상 만만한 상대만은 아님을 보여준 것이 바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이었다.
지난해 아시안축구연맹 스즈키컵 우승으로 한껏 기세가 오른 베트남은 특유의 투지를 과시하며 극적으로 8강까지 진출했다.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이라크와 이란에 연이어 패하고도 예멘전 승리를 바탕으로 16강행 막차를 탄 후 16강에서도 요르단에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다.
8강에선 일본에 0-1로 발목을 잡혔으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다.
아울러 비록 한 경기에 그치긴 했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태국을 4-1로 대파하고 55년 만에 본선 첫 승리를 거머쥔 인도도 대회 초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언더독의 반란이 이어지는 동안 우승 후보들은 주춤했다.
59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우리나라는 조별리그에서도 약팀을 압도하지 못했고 결국 카타르에 무릎을 꿇었다.
2연패 도전에 나선 호주도 첫 경기부터 삐걱대며 결국 준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참가국의 전력이 평준화된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맹주 칭호를 되찾는 게 녹록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 호주, 이란의 아시아 4강 구도가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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