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미성년자에 술 팔다 적발된 10대 알바 처벌 '가혹' 여론
"술 주문한 청소년은 정작 처벌 안해"…업주에는 영업정지 행정처분
수사기관 "초범, 10대 청소년일 경우 조사 후 구제" 설명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정말 어른처럼 보여서 신분증 확인을 깜빡했는데…그들이 미성년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A(19)씨는 지난해 4월 청주시 청원구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저녁 시간 성인으로 보이는 남녀 손님이 소주를 주문하자 A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한병을 갖다 줬다.
그는 이날 식당일은 계속하던 중 졸지에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다른 손님 한명이 청소년이 술을 마시는 것 같다며 신고한 것이다.
A씨가 소주를 가져다준 손님은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A씨는 "누구를 때리거나 흉악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형사처벌한다고 하니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겁이 덜컥 났다"며 "다행히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라고 말했다.
청주에 사는 B(18)씨는 지난해 10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가 즉결심판을 받았다.
B씨는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하면 다짜고짜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정신없이 주문이 밀리다 보면 무심결에 술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술 판다고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닌데 알바를 처벌하는 것은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음식점 운영자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3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람은 2015년 345명, 2016년 388명, 2017년 411명, 2018년 439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적발된 439명 중 10대는 49명으로 전체의 11.1%를 차지한다.
10대들은 주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술이나 담배를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다가 적발된 경우다.
하지만 주인이나 알바를 속이고 업소에서 술을 주문한 미성년자는 신분증을 위조하지 않는 이상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청주시 관계자는 "부모 부담을 덜어주려고 용돈을 버는 학생이 적발되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과 기록이 남는 형사처벌 대신 행정벌인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청소년 주류 판매로 적발된 사람이 10대이고 초범이라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거쳐 즉결심판에 넘겨 감경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결심판을 받으면 20만원 이하 벌금이나 선고유예 판결이 가능해 처벌을 받아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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