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죽지않는 사회를 꿈꿉니다"…불법촬영 피해자 추모제
녹색당·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이름 없는 추모제' 개최
방통위에 웹하드 문제 해결 위한 계획 수립 등 촉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불법 촬영 영상물의 유포와 소비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녹색당과 불꽃페미액션, 페미당 창당 모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여성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후 7시께 광화문광장에서 '이름 없는 추모제'를 열고 불법 촬영 영상물 유포 피해자를 기렸다.
이들 단체는 웹하드가 불법 촬영물을 유통·판매해 여성 폭력을 산업화했는데도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사태를 방조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사회적 타살'에 이르게 됐다며 추모제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주최 측은 추모제 장소 한편에 촛불과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시민들과 추모제 참여자들은 꽃송이를 헌화하고 '여성이 죽지 않는 사회를 꿈꿉니다', '우리는 죄가 없다', '보이지 않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등의 쪽지를 남겼다.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 공연으로 시작한 추모제는 피해 증언과 방통위에 전달할 요구안 제창 등으로 꾸려졌다.
한 리벤지 포르노 유출 피해자는 이날 주최 측에 발언문을 보내 "계속 퍼져가는 영상물과 유포자들 때문에 삶이, 모든 인생이 뽑혀나갔다"며 "가해자와 유포자, 이를 방조하는 각종 웹하드, 토렌트 같은 업체들은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저 같은 피해자들이 두 번 다시 울지 않고, 극단적 생각을 하지 못하게 피해자 구제에 국가가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며 "피해자가 또 생기지 않게 도와달라. 너무 힘들고 세상이 두렵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2017년 8월 불법 영상물 때문에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A씨는 "친구는 경찰, 법조인,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서 그리 친하지도 않은 제게 겨우 연락을 했다"며 "친구는 매일 죽으려고 했다가 살아보려고 하기를 되풀이했다"고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울러 "친구를 모욕하는 댓글들이 그 애를 죽였다. 누구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겠느냐"며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지금 이상으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추모제 주관 단체들은 ▲ 2008∼2018년 웹하드 관리·감독 자료 공개 ▲ 웹하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수립 등을 방통위에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면담을 추진하고, 온라인 추모 페이지(https://govcraft.org/campaigns/149)에 모인 시민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온라인 추모 페이지에는 '정부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여성들의 처절한 외침을 외면하지 말라', '분노를 속으로만 삭이는 데 그치지 않겠다. 언젠가는 세상을 바꿔 보겠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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