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문학 두 거장의 문학·삶에 관한 대담…'오에 겐자부로의 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와 또 다른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후루이 요시키치.
두살 터울로 동시대를 산 이들은 1993년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20여년 간 문학과 삶에 관해 총 다섯번의 대담을 이어갔다.
이 대담들을 엮은 책 '오에 겐자부로의 말 - 후루이 요시키치 대담'(마음산책)이 출간됐다.
20여년의 오랜 시간이 무색할 만큼 이들이 문학을 대하는 자세는 한결같으면서도 삶과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깊어갔다.
첫 번째 장 '명쾌하며 난해한 말'에서 이들은 문학의 언어가 지닌 '명쾌하며 난해한' 성질을 논한다.
한때 작품이 난해하다는 비판을 받은 후루이에게 오에는 "설명적인 것과 명쾌함은 다르다. 후루이 씨의 소설에서는 '명쾌한 난해함'이 보인다"며 격려의 말을 건넨다.
두 번째 장 '100년의 단편소설을 읽다'에서는 100여년에 걸쳐 '신초'에 실린 단편소설 중 35편을 뽑아 비평하면서 일본 문학의 역사와 흐름을 논한다.
일본 대표 문학상이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일본 문학의 신세계를 연 마키노 신이치와의 비교가 흥미롭다.
세 번째 장 '시를 읽다, 시간을 바라보다'에서는 후루이 저작인 '시로 가는 오솔길'을 두고 문학의 번역을 논한다.
뛰어난 번역가로도 명성을 쌓은 후루이와 오에는 번역의 고충과 바른 번역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네 번째 장 '말의 우주에서 헤매고, 카오스를 건너다'에는 오에와 후루이가 노년의 작가로서 자신의 문학세계와 문학계 흐름을 허심탄회하게 논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지막 장인 '문학의 전승'에서는 세계 문학의 고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문학의 전승을 논하고 작가로서 전망을 이야기한다.
특히 이들은 만년에 이르렀지만 계속 일하고 싶다면서 삶에 대한 커다란 열정을 드러낸다.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또렷해지고 더 살아있음을 느끼는 노년의 역설은 독자들의 삶에 큰 울림을 전한다.
"쉬는 것도 좋지만 그때의 금단현상은 아주 심할 것이라고요. 그걸 견딜 수 있을지 없을지."(후루이)
"실제로 지금 저의 심적 상태는 불안정합니다. (…) 오히려 제가 소설을 하나만 더 쓸 수 있다면 그 금단현상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오에)
마음산책. 280쪽. 1만6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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