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구금 난민 축구선수 "바레인 송환되면 죽을 수도" 석방 호소
英가디언 인터뷰…"인권폭로·왕실소속 AFC회장 비판이 송환요구 진짜 이유"
FIFA 사무총장은 태국 총리에 "인도주의적 차원서 석방해달라" 서한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송환되면 죽을 수도 있다. 도와 달라"
강제송환 위기에 처한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하킴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아라이비(26)가 생명의 위협을 호소하며 태국 당국에 거듭 석방을 호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 자 인터넷판에 태국에서 가진 알아라이비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알아라이비는 지난해 11월 말 신혼여행 차 태국에 왔다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를 이유로 체포돼 본국 송환 위기에 놓였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알아라이비는 왕실 비리를 폭로했다가 2012년 체포됐고, 고문을 당하는 등 탄압을 받자 2014년 호주로 도피했다.
호주 정부는 2017년 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앞서 바레인은 알아라이비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기물을 파손했다며 궐석재판을 거쳐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적색수배를 요청했었다.
알아라이비는 가디언지에 "두렵고 공포가 매일 더 심해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바레인 정부가 송환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기물파손죄가 아니라, 자신이 2012년 체포 당시 고문 등 열악한 인권상황을 언론에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알아라이비는 지난 2016년 외신과 인터뷰에서 이슬람 수니파인 바레인 왕실의 일원인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회장이 자신과 같은 시아파를 차별하고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민주주의를 요구한 운동선수들을 처벌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들은 100% 나를 체포하고 다시 고문할 것이며 아마 나를 살해할 수도 있다"며 "바레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은 인권도 안전도 없다. 송환이 너무 두렵다"고 거듭 석방을 호소했다.
한편 AP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파트마 사무라 사무총장은 전날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앞으로 서한을 보내 알아라이비의 석방을 요청했다.
사무라 사무총장은 서한에서 "국제적 기준에 맞춰 알아라이비가 가능한 빠른 시기에 안전하게 호주로 돌아가도록 쁘라윳 총리가 필요한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가 태국 및 태국 정부가 소중히 여긴다고 알고 있는 인도주의적인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알아라이비에 대한 강제 추방은 법원에 의해 일단 보류된 상태지만, 바레인 정부는 송환을 위해 외교 경로를 통해 태국 정부 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유엔 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난민 신청자나 난민에 대한 처우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왕실비리 폭로 난민 운명은?…국제사회 달구는 '태국 강제송환'/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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