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U20 아이스하키 5부리그 추락 부른 '나눠먹기'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연세대 6명, 고려대 5명, 광운대·경희대·한양대 각 4명.
한국 남자 20세 이하(U20) 아이스하키 대표팀 엔트리 23명은 신기할 정도로 대학별 선수 배분이 고르게 이뤄졌다.
만약 실력에 따라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했다면 이 정도로 완벽한 균형이 이뤄졌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남자 U20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대회가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김성민 감독(고려대)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끝난 대회 최종전에서 리투아니아에 1-7로 대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연장패 한 경기를 포함해 전패를 당하며 최하위를 기록, 3년 만에 디비전 2 그룹 B(5부리그)로 강등됐다.
한국은 5경기에서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다. 득점은 단 7점에 실점은 그보다 4배 이상 많은 32점에 달했다.
IIHF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는 3포인트 시스템이 적용된다.
정규 3피리어드 이내 승리할 경우 승점 3을 받는다. 연장전이나 승부치기에서 이기면 승점 2, 패해도 승점 1이 주어진다.
한국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4승(2연장승) 1패, 승점 10으로 일본(승점 1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성적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상대 팀이 크게 달랐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대회 우승을 통해 3부리그로 승격한 일본, 최하위로 5부리그로 강등된 네덜란드를 제외하고는 영국, 에스토니아, 루마니아는 모두 작년 그대로다.
한국은 지난해 대회에서 영국(5-4승), 에스토니아(5-4승), 루마니아(5-2승)에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올해 대회에서는 영국에 1-13으로 참패한 것을 비롯해 에스토니아(2-7패), 루마니아(1-2패)에 모두 졌다.
지난해 아쉽게 3부리그 승격을 놓쳤던 한국은 불과 1년 만에 처참한 성적으로 5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실력으로 대표팀을 선발하지 않고, 대학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계적인 안배를 통해 대표팀을 구성한 결과라고 국내 아이스하키계는 입을 모았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국내 대학간의 분명한 실력차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대표팀 명단을 보고 누구든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성인 대표팀의 뿌리인 20세 이하 대표팀을 안이하게 본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이번 20세 이하 대표팀에 단 한 명의 고교생도 포함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표시했다.
키 193㎝, 몸무게 90㎏의 탁월한 체격을 지닌 골리 유망주 김형찬(경성고)은 두 차례나 성인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20세 이하 대표팀에는 선발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성인 국가대표팀도 재능있는 유망주라면 고교생이라고 해도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국제대회에 데려간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20세 이하 대표팀을 국내 대학생으로만 뽑았다. 특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이자 남자 성인 대표팀은 지난해 '꿈의 1부리그'인 월드챔피언십에서 뛰었다.
20세 이하 대표팀은 성인 대표팀의 쾌거를 이어받아 세대교체의 근간이 돼야 할 주역이다. 그런 점에서 20세 이하 대표팀의 부진은 실망스럽다.
그리고 그 결과가 대학별 '나눠먹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더욱 실망스럽다.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한창 경험을 쌓고 기량을 키워가야 할 20세 대표팀은 내년에는 5부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20세 이하 대표팀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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