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한글단체와 '말모이' 관람…한일 질문에 "침묵도 반응"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활동 다룬 영화 본 뒤 3시간 호프 미팅
언어 사용 관련 "상대가 거칠수록 나의 우아함 보여져"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일제강점기를 역사적 배경으로 한 영화를 관람했다.
최근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만큼 이날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구체적인 언급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서울 용산 CGV에서 한글단체 우리말가꿈이 회원 18명과 함께 영화 '말모이'를 관람했다.
'말모이'는 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일제강점기, 일제에 저항하며 한글을 지키려고 노력한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총리는 영화 관람 전 '한일 관계가 심각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기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며 "침묵도 반응이다"라고만 답했다.
이 총리는 영화가 끝난 뒤에는 상영관 옆 별도의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며 단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총리, 영화 '말모이' 관람…한일 질문에 "침묵도 반응" / 연합뉴스 (Yonhapnews)
'호프 미팅'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3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영화 소감과 우리말 지키기 활동 등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이 총리는 영화에 대해 "역사적 사실 몇 가지를 얽어놓고 나머지는 픽션으로 꾸몄는데 극도의 갈등이나 긴장이 있지는 않아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며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또한 "이름 없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그가 각성해가는 과정이 보인다는 점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와도 닮았다"고 감상평을 내놨다.
그러면서 "사전을 가진 언어는 20개밖에 없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대단히 놀랍다"며 "그것도 나라를 빼앗겼을 때 사전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히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 위원회가 한자가 잔뜩 들어가서 어려운 기미독립선언서를 쉬운 말로 바꾼 독립선언서를 만들었다"며 "이 내용이 학회로부터 일단 동의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기자로 21년간 활동한 뒤 정계에 입문한 이 총리는 자신의 언어 사용 습관에 대해 "저는 예민한 편으로, 말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이 있다"며 "제 연설문을 쓰는 직원들이 공무원 중에 가장 어려운 직업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총리는 '대화하기 불편한 상대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와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총리는 "지난 대선 때 1등 후보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는데, 그때 후보와 통화에서 '저 사람들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들이 나의 우아함과 포용력을 보여줄 기회를 주는구나'라고 생각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가 거친) 국회를 가게 되면 미리 결심을 단단히 한다"며 "분명한 것은 상대가 거칠수록 나의 우아함이 보여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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