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모계 '자존심' 기세노사토 요코즈나 은퇴에 열도 발칵(종합)
2년전 19년만에 일본인 출신 요코즈나 등극…높은 인기 누려
올들어 3연패·통산 8연패…'日人 요코즈나 시대' 2년만에 마감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정선 특파원 = 일본의 국민 스포츠(國技)인 스모(相撲)계에서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요코즈나(橫網, 천하장사) 기세노사토(稀勢の里)가 16일 은퇴를 선언하면서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기세노사토는 몽골 출신 스모 선수들이 주름잡던 스모계에서 2017년 1월에 일본 선수로서는 19년 만에 요코즈나가 되면서 열도를 흥분시킨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시작된 올해 첫 스모 대회(場所, 바쇼)에서 3연패하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성적까지 포함하면 3대회에서 8연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에도 성적이 좋지 않아 대회 도중 불참을 선언해 부전패(不戰敗)한 것은 제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스모계는 2년 만에 일본 출신 요코즈나 부재에 빠지면서 흥행 부진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기세노사토의 스승인 다고노우라(田子ノ浦)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 방침을 밝혔다.
다고노우라는 "오늘 기세노사토가 은퇴한다. 본인과 이야기를 했으며, 본인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은퇴 이유에 대해 다고노우라는 "열심히 전력을 다해 스모를 했지만, 생각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첫번째"라며 "요코즈나는 (좋은 성적이라는) 결과를 내지 못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기세노사토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은퇴해 후진을 지도하고 싶다"며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요코즈나로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속상하지만 나의 스모 인생에 후회는 하나도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기세노사토는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역시 훈련장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줬다"고 답했다.
그는 연초 스모 대회에서도 "자신을 갖고 임했다", "열심히 해 왔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결과가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세노사토는 외국 출신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나를 성장시켜줬다", "좋은 조언을 들을 수 있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기세노사토의 성적 부진 원인으로는 왼쪽 팔 부상이 우선 꼽힌다. 그는 2017년 봄 대회에서 당시 요코즈나였던 하루마 후지(日馬富士, 현재 은퇴)와 겨루던 중 왼쪽 가슴과 팔을 다쳤다.
그는 이후 열린 5월 대회 출장을 포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 나고야(名古屋) 스모 대회까지 8대회 연속 출전을 포기했다. 스모 대회는 1년에 6차례 열린다. 기본적으로 출전자는 한 대회에서 15경기를 한다.
이후 지난해 9월 대회에 다시 복귀했지만 10승5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 지난해 11월 규슈(九州) 대회에서는 요코즈나로서는 87년만에 첫날 경기부터 4연패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유로 중도에 경기 출장을 포기했다.
이런 부진에 그는 일본 요코즈나 심의위원회로부터 좀 더 분발하라는 '격려' 결의를 받았다. 심의위원회가 요코즈나에게 이런 결의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는 19년만의 일본인 요코즈나라는 점에서 일본 국민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그러나 부상과 성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요코즈나 등극 이후 12대회만에 은퇴하게 됐다.
일본에서 시대를 구분하는 단위로 사용하는 연호 기준으로는 쇼와(昭和, 1926~1989) 이래 10번째로 짧은 기간 재임한 요코즈나다.
기세노사토가 스모계에서 은퇴하기로 함에 따라 현역 요코즈나는 하쿠호(白鵬)와 가쿠류(鶴龍) 등 2명만 남게 됐다. 모두 몽골 출신이다.
기세노사토의 은퇴 결심 소식이 알려지며 일본 열도는 충격 속과 아쉬움, 실망이 교차했다.
기세노사토의 부친인 하기와라 사다히코(萩原貞彦·73)씨는 교도통신에 "은퇴 이야기는 들었지만, 무슨 말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지에서 후원회 활동을 하는 이시와타 노보루(石渡昇·73)씨는 "TV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 유감이다"라며 "팬을 소중히 하며 스모의 길을 추구했던 모습은 멋있었다. 좀 더 오래 스모계에 공헌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며 아쉬워했다.
choinal@yna.co.kr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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