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살처분 참여자 76% 트라우마 겪어…"예방치료제도 개선해야"
인권위, 농식품부·복지부에 권고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가축 살처분 작업자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등 정신·심리적 고충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이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의 PTSD 예방과 치료 제도 개선을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2017년 인권위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의 심리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PTSD 판정 기준을 넘겼다. 중증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당시 사건을 다시 떠올리려 하지 않는 회피 반응을 보여 스스로 적극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치료를 신청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는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축 살처분 작업 참여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심리·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농식품부에 권고했다.
아울러 일용직이나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가축 살처분 참여자들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건강 보호 등 대책을 마련하고, 일선 방역 현장에서 동물복지에 부합하는 인도적 살처분이 이뤄지는지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에는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향후 가축 살처분과 매몰 작업 참여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조사·연구를 하는 등 효과적인 심리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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