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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지원·남북협력 길트며 北에 손짓…'정상회담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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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도지원·남북협력 길트며 北에 손짓…'정상회담 논의하자'
비건 방한계기 미국이 빼든 3장의 카드…'공'은 북한에 넘어가
대북제재완화엔 일단 선 그었지만 대화재개시 논의 여지 남겨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미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방한 계기에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교류협력 사업 관련 전향적 조치를 내놓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 논의를 북에 제안했다.
21일 비건 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한미 양측의 수석대표로 하는 '워킹그룹' 회의에서, 양측은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과 유해 발굴 사업, 타미플루 제공 등 남북 교류 사업을 논의해 '제재 문제 없음' 결론을 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800만 달러 규모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비롯해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의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비건 대표는 한국 방문 길에 공항에서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날 회의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도훈 본부장-비건 美대표 "26일 남북철도 착공식 예정대로 진행" / 연합뉴스 (Yonhapnews)
현재 미국 측은 전반적 대북 인도적 지원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에서 검토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도훈 본부장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800만 달러 지원에 대해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견지 하에서 이 문제를 리뷰(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비건 대표의 방한을 통한 남북 협의는 지난 10월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 후 북미 간 본격적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북한이 반길 만한 조치를 통해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비건 대표는 북미협상 진전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양자 및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북한과의 앞서 했던 약속의 맥락에서 우리는 양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대화 재개시 포괄적인 상응조치가 논의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즉 '제재 유지'라는 기본 입장은 확인하되 현재의 제재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화적 제스추어를 보임으로써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 및 고위급회담 개최에 북한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비핵화 협상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에 맞서,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가능한 최대한을 하겠으니 북한도 믿고 협상장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북한이 자신들은 핵·미사일 실험 중지, 일부 관련 시설 폐기, 유해 송환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유예 이상의 '상응 조치'를 내 놓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음을 미측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대북지원을 중심으로 한 보상책을 '마중물' 삼아 후속 북미대화를 모색하고 협상 테이블을 차려지면 진전된 조치를 논의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 성과를 설명한 비건 대표는 모두발언의 '결론'으로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며 "그 과정(후속 북미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다가올 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북 협상을 맡는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직접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사안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미가 실무회담 개최에 뜻을 같이하고도 아직 자신과, 북측 카운터 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회담이 한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만나서 정상회담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모양새였다.
또한 비건의 북미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그의 상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직전 발언과 마치 한 세트를 이루는 듯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머지않아 함께 만나서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미국에 가해지는 위협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추가 진전을 만들게 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제 북미 협상의 '공'은 북한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이번 메시지를 어떻게 평가해 북한이 대응할 지에 북미 협상 진전 여부가 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를 평가하고 내년의 계획을 제시하는 내년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미국의 이번 메시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담긴다면 내년 초 북미 협상이 빠르게 진전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한동안 협상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협상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으로서는 계속 대화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고위급 대화를 재개하고, 또 신년사에 부정적 메시지도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어 조기에 사업별 대북제재 면제 카드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조 위원은 이어 "북미 간에는 접촉에 한계가 있으니 한국이 중간에서 적극적인 협상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착공식 등 사안을 허용하는 것"이라면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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