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법행정권 남용 현직법관 징계, 개혁 가속계기로
(서울=연합뉴스)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현직법관 8명에 대한 징계를 18일 결정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2명은 정직 6개월, 지방법원 부장판사 1명은 정직 3개월을 받았다. 또 다른 부장판사 4명은 4∼5개월 감봉, 평판사 1명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6월 15일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이후 4차례 심의기일을 여는 등 6개월이 넘는 지지부진한 검토 끝에 내놓은 법원 자체 징계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6월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이들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13명의 법관에 대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절차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번 징계 수위가 과연 '살을 도려내는 아픔'에 상당 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징계 사유는 품위손상이나 직무상 의무위반 정도에 그쳤다.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하거나 심증을 노출하고 선고연기 요청 수락 등을 했거나,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각종 문건을 작성한 경우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구속기소 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법원이 내놓은 이번 징계의 시기와 내용, 수위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를 놓고 사법부 안팎에서 또 갈라진 목소리가 나올 것이 우려된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인정하고 사법개혁을 약속했다. 논란의 소지를 감수하고 법관 자체징계까지 일단락 지은 만큼 사법개혁이라는 본연의 과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 12일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미흡하다는 우려를 낳았다. 말썽 많았던 법원행정처를 대체할 사법행정회의의 권한을 중요 업무에 한해 심의·의결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대법원장의 인사권도 유지하는 것이어서 아쉬움을 샀다. 또 다른 권력 기구의 탄생을 견제하겠다는 고뇌가 엿보이지만,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한을 내놓지 않는 것이어서 셀프개혁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의견수렴만 거듭하면서 제대로 된 사법개혁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회 등 사법부 밖에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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