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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자유 침해" vs "고교 서열화"…자사고 우선선발 헌재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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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자유 침해" vs "고교 서열화"…자사고 우선선발 헌재 공방
"자사고 궤멸 뜻 분명해"…"교육 생태계 파괴 외면 못해" 팽팽 설전
홍성대 이사장 "억장이 무너진다…나라의 미래도 걱정" 호소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한 것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한 것인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14일 대심판정에서 자사고 이사장들과 자사고 지망생 등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과 제81조 5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자사고 이사장들과 자사고 지망생 등으로 구성된 청구인 측에서는 "해당 조항은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및 학교선택권을 침해하고, 신뢰 보호의 원칙 등에도 위배되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교육부 측에서는 "이는 기존에 자사고가 누려오던 특혜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고, 파괴되는 교육생태계를 살리려는 공익이 더 크다"고 맞섰다.

고등학교는 입시 일정에 따라 통상 8∼11월에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에 뽑는 후기고로 나뉜다. 그간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등은 전기에, 일반고는 후기에 입시를 치러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사고 등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해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시행령을 고쳐 이들 학교가 일반고와 같이 후기에 신입생을 뽑도록 했다. 또 자사고 등 지원자는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청구인 측에서는 "교육부의 개정 이유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학생들이 자사고에 불합격할 경우 일반고에 받을 불이익을 두려워해 지원을 기피하게 되고, 그 결과 대규모 정원미달로 운영난을 맞는 자사고를 궤멸시키겠다는 저의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를 대리하는 박성철 변호사는 "시행령 개정으로 우선 선발이라는 특혜가 제거되는 것뿐"이라며 "궤멸론까지 내세우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자사고의 건학 이념이던 다양성, 특성화 교육이 퇴색됐다"며 "자사고가 우선 선발권을 토대로 우수 학생을 선점해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꾸리고 고교서열화와 불평등을 심화시켜 교육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학의 자유가 사회와 동떨어진 일방적 자유일 수 없는 만큼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적을 위해 합리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청구인 측 김용균 변호사는 "자사고의 본래 설립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자유롭게 학생 지원을 받아 건학 이념에 맞는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을 일반고보다 우선 선발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최소한의 요건"이라며 "이는 결코 특혜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 아니라 엄연히 사학 운영의 자유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수학의 정석'의 저자이기도 한 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도 이날 법정에 나와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내 손으로 뽑은 학생을 건학 이념에 따라 길러보자는 생각으로 15년간 46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제 다 필요 없게 돼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평준화 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려면 취지에 맞게 뽑을 수 있는 전형 기간 등은 줘야 하는데 그것도 주지 않고 무슨 자율성이냐"며 "나라의 미래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재판관들도 양측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논쟁을 청취했다.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교육부 측을 향해 "학교의 설립·운영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인데 그간 이를 근거 없이 제한하다가 자사고에 한해 철회한 것뿐이지, 그것이 특혜냐"며 "헌법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조 재판관은 "자사고가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입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고, 거기에 좋은 시설 등이 도입된 결과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했다.

교육부 측은 "자사고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지 않고도 그렇다면 좋은 일이지만,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우선 선발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은 청구인 측을 향해 "일반 사립고 역시 학생 선발의 자유를 갖는데도 후기에 학생을 받는데, 우선 선발 권리가 정상화될 근거가 있느냐"고 질의했다.
또 "학생 선발권이 과거보다 제한된 것은 맞는다고 해도, 헌법상 원래 가진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볼 수 있는지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청구인 측에서는 "우리나라의 평준화 정책 과정에서 중고교를 강제로 포섭하면서 일반 사립고는 권리가 포기된 상태"라며 "자사고의 경우 그 권리가 회복된 것"이라고 답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내용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할 방침이다. 공개변론 이후 3개월 이내 결론을 내리는 통상적 절차에 따라 내년 3월 이전에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sncwoo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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