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형건설사 오데브레시, 페루 당국과 부패수사 협력 합의
전직 대통령·야당 대표 등에 대한 뇌물 공여 정보 제공 약속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의 대형 건설업체인 오데브레시가 페루 당국의 부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9일(현지시간) 국영 뉴스통신 아젠시아 브라질에 따르면 오데브레시 경영진은 전날 페루 정부·검찰 관계자들을 만나 페루 공무원과 정치인들에 대한 뇌물 공여 등 부패 수사에 필요한 정보 제공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에는 페루 검사가 직접 브라질에 있는 오데브레시 본사를 방문해 알란 가르시아 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 등에 대한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르시아는 1985년∼1990년과 2006년∼2011년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으며, 두 번째 임기 동안 수도 리마 전철 공사와 관련해 오데브레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출국 금지 결정이 내려지자 지난달 18일 우루과이 대사관으로 가 망명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페루 검찰은 최대 야당인 민중권력당(FP)과 후지모리 대표가 오데브레시로부터 2011년 대선 당시 120만 달러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후지모리는 돈세탁 혐의로 지난 10월 긴급 체포됐다가 석방됐으나 지난달 법원의 결정으로 다시 구속됐다.
앞서 브라질 언론은 오데브레시가 지난 2001년부터 중남미 9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3억8천620만 달러(약 4천330억 원)를 뇌물로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오데브레시가 준 뇌물은 베네수엘라(2006∼2015년) 9천800만 달러, 도미니카공화국(2001∼2014년) 9천200만 달러, 파나마(2010∼2014년) 5천900만 달러, 아르헨티나(2007∼2014년) 3천500만 달러, 에콰도르(2007∼2016년) 3천350만 달러, 페루(2005∼2014년) 2천900만 달러, 과테말라(2013∼2015년) 1천800만 달러, 콜롬비아(2014년) 1천120만 달러, 멕시코(2010∼2014년) 1천50만 달러 등이다.
오데브레시는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함께 브라질 정·재계를 뒤흔든 부패 스캔들의 핵심 기업이다.
사법 당국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 수사를 벌이고 있다.
'라바 자투'는 페트로브라스가 장비 및 건설 관련 계약 수주의 대가로 오데브레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이 수사를 통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 혐의로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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