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 인니 파푸아 반군, 독립협상 요구하고 나서
"게릴라식 공격으로 독립투쟁 더욱 강화"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파푸아 주에서 건설 노동자 19명을 살해한 분리주의 반군이 인도네시아 정부에 독립이나 자치권 확보를 위한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9일 일간 자와 포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파푸아 분리주의 단체인 자유파푸아운동(OPM) 산하 무장조직 서파푸아해방군(TPNPB)의 세비 삼본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평화협상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나 자치권을 얻어낸 서부 아체 주처럼 파푸아 원주민들에게도 민족자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체와 동티모르가 그런 기회를 가졌다면 왜 우리는 안 되느냐"면서 "우리는 발전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립"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단체는 이달 1일 파푸아 주 은두가 리젠시(군·郡)의 파푸아횡단도로 건설 현장을 공격해 타 지역 출신 건설 근로자 19명을 살해했다.
서(西)파푸아주 소롱에서 파푸아 주 머라우케까지 4천300㎞를 잇는 이 도로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으로 꼽히는 파푸아를 개발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건설 사업이다.
1969년 유엔 후원 아래 진행된 주민투표로 파푸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한 인도네시아는 자바섬 등 여타 지역 주민들을 파푸아로 대거 이주시켜 원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파푸아 분리주의 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수십 년째 무장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파푸아 원주민에 대한 차별과 낙후한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2014년 취임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주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파푸아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분리주의 단체들은 독립운동을 잠재우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공세를 강화해 왔다.
삼본 대변인은 살해된 근로자들이 민간인으로 위장한 군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게릴라식 치고 빠지기 전술을 통해 우리는 독립 투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PNPB의 규모가 7만명이 넘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티토 카르나비안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무장단체의 규모가 50여명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두가 리젠시에 군경 150여명을 투입해 치안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5일 "이런 야만적이고 비인간적 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들을 추적해 전원 체포하라"고 군과 경찰에 지시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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