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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둬들일 게 없다"…재활 환자들의 가슴 찡한 가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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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둬들일 게 없다"…재활 환자들의 가슴 찡한 가을노래
울산 세민S요양병원 환자 시화전에 가족·병원 관계자들 폭풍 감동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 "나는 지금 거둬들일 것이 없다 /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 슬픈 일이어라"
울산 세민S요양병원이 마련한 입원 환자들의 시화전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몸이 불편해 입원,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저마다의 처지를 시로 풀어내 늦가을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확'이라는 시에서 "나는 지금 거둬들일 것이 없다"고 운을 뗀 송 모 환자는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해 1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그러나 그냥 갈 수는 없다 / 다시 시작해 보자 / 희망의 씨앗을 심어보자"며 재활 의지를 불태웠다.
70대 후반 장 모 환자의 시 '가을의 삶'도 눈물겹다.
"벼를 추수하러 갈까 … / 아니다 / 내 새끼들 주려면 / 내 몸부터 낫고 / 오곡 씻으러 가야지 …"
시화전 개막식날 이 시를 읽은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뇌수두증을 앓다가 1년 전 쓰러진 강 모 환자는 '가을, 그 외로움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바람 휘날리는 들판도 / 오색찬란한 낙엽도 / 가족들이 단란히 소풍 가는 것도 … / 또 깨달았다 / 나에겐 아무 해당사항이 없다는 걸"이라고 노래해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말을 모르겠습니다 / 머리에는 있는데 … " 라는 최 모 환자의 '실어증', "나도 열심히 재활해 / 코스모스처럼 행복한 미래를 꿈꿔본다"는 한 모 환자의 '가을' 등도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이처럼 시화전이 감동을 주자 병원 측은 열흘 정도로 예상했던 전시 기간을 연장한 것은 물론, 환자들의 시 20여 편을 재활센터에 영구 전시하기로 했다. 또 후속 시화전도 기획하고 있다,
이번 시화전은 병원 재활센터 치료사들이 아이디어를 냈고, 울산 북구자원봉사센터의 캘리사랑봉사단이 아름답게 꾸몄다,
박상옥 병원장은 5일 "시를 본 가족과 간호사, 의사 모두 몸이 불편한 환자들의 깊은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환자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고 말했다.
sjb@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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