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차남, 내년 왕위계승 관련행사 국비지출에 '의문' 제기
아키시노노미야 왕자, 정부 결정에 이례적으로 의견 밝혀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차남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왕자가 내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왕위 계승에 따른 전통의식과 관련, 국비 지출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30일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생전에 중도 퇴위를 하겠다는 의향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내년 4월 30일 퇴위할 예정이다.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같은해 5월 1일 즉위하게 된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가 문제를 제기한 행사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한 뒤 이뤄지는 '다이조사이'(大嘗祭, 왕위 즉위 후 처음 여는 일종의 추수감사 제사)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53세를 맞은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이에 앞서 미리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다이조사이를 거론하며 "종교색이 짙어 국비로 처리하는 것이 적당한지 어떤지"라며 비용 처리의 적절성에 관해 언급했다.
다이조사이는 새로운 일왕이 풍작과 국가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한 차례씩만 열린다.
신도(神道)적 색채가 강해 국사행위인 즉위 예식과는 다른 왕실 행사로 내년 11월 14~15일 열릴 예정이다.
아키히토 일왕 때는 이 행사로 22억엔(약 217억원)이 지출됐다. 이때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부 국민으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행사 비용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적 예산인 '궁정비'로 처리할 방침이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이에 대해 "종교행사와 헌법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한 뒤 행사 비용이 일왕 생활비 등으로 충당되는 예산인 '내정비'(內廷費)에서 지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헌법의 정교분리라는 관점에서 행사를 일왕의 생활비 예산범위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NHK는 전했다.
NHK는 왕족이 공공의 장소에서 정부 결정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과거에도 자신은 같은 생각이었다며 이를 야마모토 신이치로(山本信一郞) 궁내청 장관에게 전달했지만 그가 "말을 들어주는 귀를 갖지 않았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의 이날 발언에 대해 학계에선 합당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른 쪽에선 해당 행사가 왕실의 사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비지출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하면 왕위 계승 1순위가 된다. 그는 왕세자가 아닌 왕사(皇嗣·고시)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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