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에 동남아 역할은?"…한-인니 전문가, 머리 맞대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국제관계 전문가들과 한국 학자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방안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및 인도네시아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인도네시아 유력 민간연구소인 하비비센터와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27일 자카르타 시내에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맞아'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 측 패널들은 최근의 남북관계 해빙무드를 소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실현될 경우 동남아 국가들에 미칠 영향 등을 설명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국민의 72%가 휴전 중인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통일도 과거와 달리 실현 가능한 목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세안 국가들은 선진국의 기술·자본 지원과 개발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뤄낸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발전 모델을 북한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 분야 싱크탱크 '인도네시아 외교정책 커뮤니티'(FPCI) 대표단을 이끌고 올해 4월 북한을 방문했던 디노 파티 잘랄 전 인도네시아 외무부 차관은 "북한은 한국보다는 다른 국가,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 남한보다 모든 면에서 자국이 우월하다는 선전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은 북한에 정치적으로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히마 압둘라힘 하비비센터 민주인권연구소장은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올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것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려는 아세안의 의향을 보여줬다"면서 "개최지를 제공한 외에 더 적극적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는 "2008년은 한반도에서 놀라운 드라마가 계속됐던 한 해였다"면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협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긍정적 모멘텀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참석자들 사이에선 당사국간 직접 대화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평화 프로세스의 성격상 동남아 등 제3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는 인도네시아 외교부 당국자와 현지 주재 각국 외교관, 언론인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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