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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신작 예능 풍요 속 흉작…시청자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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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신작 예능 풍요 속 흉작…시청자 요지부동
오디션과 여행예능 등 차별화 실패…취향 다변화 속 웹예능 등 약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고 방송인을 가리는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채널별로 신작 예능도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시청자의 리모컨은 좀처럼 돌아가질 않고 익숙한 작품에 머무르는 분위기다. 오디션 프로그램부터 여행 예능까지 신작 대부분이 복제 수준에 그친 탓이다.



◇ 스타들은 외국으로, 아이들은 오디션으로
최근 신작 예능을 살펴보면 크게 스타의 외국 여행과 아이돌 발굴로 분류된다.
특히 세부 장르는 달라도 스타들의 출국을 전제로 하는 예능이 홍수를 이룬다.
KBS 2TV '잠시만 빌리지', '파리로 가는 길',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부터 tvN '국경 없는 포차', '탐나는 크루즈', JTBC '같이 걸을까' 등이 모두 배경을 외국으로 했다.
한동안 외국인의 국내 여행이나 생활, 적응 관찰을 테마로 한 예능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최근에는 KBS 2TV '삼청동 외할머니'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정도를 제외하면 같은 장르를 찾기 어렵다.
스타들의 외국 여행을 담은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가 쉽고, '여행도 가고 일도 한다'는 차원에서 출연자를 섭외하기도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작상 이점을 제외하고, 시청자 눈을 잡아끌 만한 새로운 포맷이나 내용은 없다는 게 문제다.
'국경 없는 포차'는 포장마차를 식당으로만 바꾸면 '윤식당'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잠시만 빌리지'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과 '따로 또 같이' 같은 부부 여행 예능에 외국이라는 배경을 더한 형태이다.
'파리로 가는 길'은 흔한 식도락 여행과 차별화하지 않으며, '탐나는 크루즈'는 크루즈 홍보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같이 걸을까' 역시 지오디를 한데 모았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스타 리얼리티 예능을 해외에서 찍었다는 점에 그친다.



그런가 하면 '뉴 페이스'를 찾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지난해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 이후 그만한 성과를 낸 프로그램은 없지만, 올해 연말까지도 MBC TV '언더나인틴', SBS TV '더 팬' 등이 새로 방송됐다.
'언더나인틴'은 다이나믹 듀오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과거 '위대한 탄생' 시절에 머무른 연출과 전개로 시청률이 1%대에 머무른다.
'더 팬'은 놀라운 실력의 예비스타와 독특한 룰로 화제가 됐지만 첫 방송 이후 큰 파급력은 발휘하지 못했다.



◇ "개인 취향 존중의 시대…'대세'는 없다"
신작 예능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방송사와 제작진의 '게으름'을 꼬집는 시각도 많지만, 시청 환경의 변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일단 예능의 주 소비층이자 광고주 타깃인 2049(20~49세)층은 최근 TV로 본방송을 보는 경우가 드물다. 출퇴근길, 퇴근 후 침대 위에서 모바일로 보는 일이 많고, 그나마 나머지도 IPTV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렇다 보니 수상기가 달린 TV로 본방송 시청률을 집계하는 행위 자체가 과거보다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흔하게 나온다.
아울러 최근 젊은 세대는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좋아하는 스타가 나오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일이 많다. '와썹맨'이나 '빅픽처' 등 웹예능이 전성시대를 맞은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 27일 "그야말로 '개취(개인취향) 존중'의 시대가 됐다"며 "기성세대는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지만 젊은 세대들은 꼭 그렇지 않다. 큰 화제가 되지 않아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라면 찾아서 본다"고 말했다.



웹 예능이 활발하게 제작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룰루랄라스튜디오에서 지오디 박준형을 내세운 '와썹맨'과 라이프타임이 가수 다나의 건강 회복 프로젝트를 그린 '다시 날개 다나' 등은 온라인에서는 웬만한 지상파 예능보다도 더 자주 회자하는 편이다.
JTBC와 손잡고 선보인 '믹스나인' 방송 후 합격자들의 데뷔를 무산시켜 비판받은 YG엔터테인먼트는 이번에는 웹 오디션 예능 'YG보석함'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 역시 전력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2회만에 조회수 1천만뷰를 넘는 등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들보다 화제성을 견인한다.



◇ 지상파 PD 대거 영입한 TV조선 등 '선전'
지상파 예능들이 진부한 복제를 거듭하는 사이 편성과 수위 등에서 자유로운 웹 예능과 더불어 일부 종합편성채널이 약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TV조선은 최근 지상파 출신 PD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파급력 있는 신작 예능을 줄줄이 쏟아냈다. 포맷이 새롭지는 않지만 지상파보다 뛰어난 섭외력에 더해 자극적인 편집의 묘도 발휘한다.
SBS TV에서 '동상이몽'을 연출하며 추자현-위샤오광 부부를 출연시키는 등 남다른 섭외력을 자랑한 서혜진 PD는 TV조선 이적 후 '아내의 맛'과 '연애의 맛' 등을 내놨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 4%대를 유지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밖에도 태진아-강남 출연으로 화제가 된 '한집 살림' 등도 시청자의 눈을 붙든다.



TV조선은 "올해 지상파 3사 출신 예능 PD를 전격적으로 영입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예능 프로그램 자체 제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역량 있는 PD를 중심으로 종편 위상에 걸맞은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PD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마이크로닷 사태'로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도시어부'와 '하트시그널2' 등을 히트시킨 채널A도 예능 부문에서 쏠쏠한 수확을 냈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역시 제작진이 중요하다는 데서 종편들의 잇따른 인기 PD 영입은 눈여겨볼 만하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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