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ODC "작년 하루평균 137명 여성 연인·가족에 살해당해"
아시아 피해자 최다…女인구 10만명당 기준으론 아프리카가 가장 많아
유엔 제정 '여성폭력 추방의 날' 세계 곳곳에서 항의 집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 여성이 동반자나 연인 또는 가족에게 살해된 것으로 26일 나타났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펴낸 '세계 살인범죄 연구-여성과 소녀 살해'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약 8만7천명의 여성이 살해됐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58%) 5만여명은 연인이나 가족·친척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하루 평균 137명꼴이다.
세부적으로 약 3만명은 연인에 의해, 2만여명은 가족 또는 친척 구성원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약 2만명이 희생됐고 이어 아프리카(1만9천여명), 미주(8천여명), 유럽(3천여명) 순이었다.
여성 인구 10만명당으로 따지면 아프리카가 3.1명으로 가장 높았고 미주 1.6명, 오세아니아 1.3명, 아시아 0.9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유럽이 0.7명으로 가장 낮았다.
UNODC는 "작년 전체 살인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남성이었으나 가해자가 연인·가족 등 지인인 경우는 여성 피해자 비율이 64%로 남성보다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이어 "가까운 지인에 의한 여성 살해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유엔이 지정한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25일(현지시간)에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AP·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를 포함한 40여개 도시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거리 행진 등이 진행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더는 희생자를 만들지 말라",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도심에서 열린 집회는 거리 행진을 하려는 수백명의 여성 참가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이 시위대에 날아들기도 했다.
여성폭력에 반대하는 세계 주요 인사들의 성명도 잇따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성명을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족과 학교, 직장에 영향을 미치며 공동체의 잠재력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타자니 유럽의회 의장도 트위터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렇게 가르쳤고 나도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쳤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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