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한국인 인생 결정하는 수능…'과잉교육' 문제점 뚜렷"
"인생은 객관식 시험만으로 준비할 수 없어" 비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외신들은 "수능은 한국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으로 불리지만, 이러한 과잉교육 사회의 문제점도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18일 영국 BBC방송,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눈에 수능이 치러지는 날 한국은 온 나라가 아예 멈춰 선 것처럼 느껴진다.
이들 외신은 수능일 오전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이 짧아지고 운행횟수가 늘어나는 모습, 3교시 영어 듣기평가가 치러지는 25분간 '소음통제시간'에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모습 등을 전했다.
SCMP는 '한국인들은 왜 평생 공부에 갇혀 살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59만 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수능은 한국인의 '인생을 결정하는'(life-defining) 시험"이라며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학교 정규수업 외 학원 등을 다니며 하루에 최고 16시간까지 공부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수능은 끝이 아니며, 수백만 명의 한국인들이 대학 졸업 후 공무원, 경찰, 소방수 등이 되거나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각종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이러한 시험 중시 문화가 한국인의 독특한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신기욱 교수는 "한국인들은 통일성(unity)을 중시하기 때문에 논란이나 주관성이 적은 기준으로 평가받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며 유교라는 한국의 전통 유산도 한국인들이 시험을 중시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좋은 시험점수는 그 사람의 자질에 대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시험은 고도로 계층화된 사회에서 장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험 준비에 매몰된 한국 청년들이 실제 삶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신 교수는 "한국 청년들은 태어나서 25∼30년 동안 시험공부를 하지만, 이들은 사회에 나온 후 세상에는 객관식 시험이 없으며 모든 문제에 명확한 답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대학 진학과 취업 등에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