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외로운 자리지만…" 대표팀 주장 완장 다시 차는 김영권
(브리즈번=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중앙 수비수 김영권(28·광저우)에게 '대표팀 주장'은 마냥 기쁜 마음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자리다.
전임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첫 경기인 지난해 8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을 앞두고 기존 주장 기성용(뉴캐슬)의 출전이 불투명해지자 캡틴으로 낙점된 선수가 바로 그였다.
그런데 그 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의 함성으로 인해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시련을 겪었다.
사그라지지 않는 여파 속에 주장으로 그다음 경기까지 소화했지만, 기량에 대한 과한 비난까지 쏟아져 마음고생이 심해지자 결국 대표팀에서 잠시 빠지기까지 했다.
주장이 될 때 활발한 성격과 수려한 언변 덕에 동료들의 추천을 받은 그였지만, 점차 위축됐다.
1년여 사이 실력으로 모든 걸 이겨낸 김영권이 다시 '캡틴'이 됐다.
호주(17일), 우즈베키스탄(20일)과의 11월 두 차례 A매치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은 기존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공백이 생기자 김영권을 주장으로 점찍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보여 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터뜨린 결승 골로 '악플'을 찬사로 바꾼 그였지만, 주장 낙점 소식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15일 브리즈번의 페리 파크에서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만난 김영권은 "대표팀 주장은 힘들고, 외롭기도 하고, 부담스러운 자리"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손흥민, 기성용 등 팀의 분위기를 잡아가야 할 선수들이 여러 명 빠진 상황에서 팀의 주축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김영권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할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면서 "부상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선수가 빠져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이번에 모인 선수들과 최대한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월드컵 이후 유럽의 관심을 받기도 했으나 소속팀이 이적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불발된 뒤 전력 외로 분류돼 1군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대표팀에서 그는 수비진의 버팀목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권은 "1군 경기가 더 어렵고 경기력에 있어선 더 좋겠지만, 1군과 함께 운동하고 2군에서도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개인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기량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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