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대통령·정부 대변하지 않아"…이례적 고강도 비판
미중협상 앞두고 주목…펜스 부통령 "中, 양보 않으면 압박 가중"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협상 재개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내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대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비둘기파'로 평가되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해(great disservice)를 끼치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나섰다.
커들로 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인 CNBC에 "나바로는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그의 언급은 잘못됐고(way off base), 그 누구에 의해서도 승인받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또 "나바로는 심하게 말실수를 했다"면서 "그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 대통령이나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NBC는 커들로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지난주 미중 무역협상에 월스트리트(월가)의 영향력을 비판한 나바로 국장의 언급에 대한 거부 표시라고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9일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간담회에서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은행가·헤지펀드 매니저를 "무보수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라고 부르며 "이런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의 임무는 대통령을 압박해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만약 월스트리트가 이 협상에 관여하고 계속 (중국의) 환심을 산다면 어떠한 합의를 완성하더라도 주위에 악취를 풍길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 합의는 골드만삭스와 월스트리트의 허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견제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나바로 국장은 또 다른 '비둘기파'로 불리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겨냥해서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바깥쪽으로 가면 여러분은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나바로 국장에 대한 비판은 미중 무역협상 재개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백악관 내부에서 중국과의 협상을 놓고 치열한 노선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담판이 예정된 가운데 중국의 무역협상 사령탑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갈등 완화를 목적으로 협상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류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류 부총리와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중 양국 정부는 현재 모든 레벨에서 소통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좋은 것"이라면서 G20 정상회의 계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날 것이 "현재 꽤 분명하다"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미중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배경 자료를 만들고 있으며, 중국이 어떤 안(thoughts)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리가 과거 요구해왔던 것에 대해 그들로부터 어떤 대답을 듣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신냉전을 피하려면 중국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그들(중국)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그들이 알아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고, 그래야지 그들이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아르헨티나(G20)에 올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트럼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국은 지적 재산권 도용과 기술이전 강요,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제한, 국제적인 규칙과 규정에 대한 준수, 국제 해역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을 제한하려는 시도 등에서 양보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미국이 만족하는 제안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압박을 가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항행은 남중국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는 정말 어느 한쪽으로 든 강한 위치에 있다"면서 "우리는 현재 2천500억 달러(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두 배로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말로만 하는) 약속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결과를, 태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행동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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