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충성파 법무장관 대행' 논란에 거리두기…진실공방 확산(종합)
"난 모르는 사람" 거듭 밝혀…'러 스캔들' 수사? "논의하지 않았다"
美언론 "법무대행, 트럼프 집무실 수차례 방문"…한달 전엔 "그를 안다"
(워싱턴·서울= 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경질한 뒤 그 대행으로 기용한 인물에 대한 '거리 두기'에 나섰다.
11·6 중간선거 직후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셀프 제척'한 제프 세션스 장관을 해임하고, 그의 비서실장으로 '트럼프 충성파'로 알려진 매슈 휘터커를 대행으로 앉힌 것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지면서다.
그러나 일부 미국 언론이 백악관 인사들 및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휘터커 대행을 모른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진실공방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로 출국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휘터커 기용 논란과 관련, "사법당국에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으로, 평판이 훌륭하다. 잘해낼 것"이라면서도 "난 매슈 휘터커를 모른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휘터커가 아이오와 주지사 출신인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가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휘터커는 "세션스 전 법무장관 밑에서 비서실장을 한 사람"이라고 거듭 말했다. 자신의 '입김'이 미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휘터커 인선 카드로 비난에 직면하자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휘터커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수차례 만났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을 공개적으로 헐뜯으면서 말조차 섞기 싫어했을 때 휘터커가 (장관을 대신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리 중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휘터커를 모른다고 말한 데 대해 웃음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약 한 달 전 폭스뉴스 방송 프로그램 '폭스앤프렌즈'에 출연해 "휘터커는 정말 위대한 인사라고 말할 수 있다. 난 휘터커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또 두 사람 관계를 잘 아는 인사들을 인용, 휘터커가 오벌오피스를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대통령과도 편안한 궁합(easy chemistry)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휘터커를 법무부에 자신의 눈과 귀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NYT는 휘터커가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들에 참석했으며, 몇몇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세션스 장관이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고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휘터커를 모른다고 재차 확인하면서도 "법무장관 비서실장으로 세션스 장관과 함께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휘터커를 알지 못했다. 사교적 접촉은 없었다(No social contact)"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 "나는 휘터커와 그것에 대해 논의해보지 않았다"며 이 수사에 관해 어떤 지침도 내린 게 없다고 주장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WP는 휘터커 대행이 뮬러 특검 조사활동의 고삐를 잡아당겨 세우길 원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 어리석은 질문"이라며 타박을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휘터커가 러시아 관련 특검에 관여할지는 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부터 자신이 대면 조사를 받는 문제에 대해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방검사 출신인 휘터커는 법무부 입성 전 특검 예산을 줄여 수사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물론, "뮬러 특검이 레드라인에 다다랐다"고 경고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원색적인 비난을 해왔다.
이번 인선을 두고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의 수사 칼끝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비판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휘터커 기용이 미국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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