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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사립유치원 "국공립서 공짜 혜택 누리시라"…학부모들 분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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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사립유치원 "국공립서 공짜 혜택 누리시라"…학부모들 분개(종합)
"누리과정비 22만원 국가서 직접 받아 내면 진급" 등 수용 불가능 조건 제시
학부모들 "사실상 폐원통보" 집단반발, 청와대 국민청원…교육청 "특별감사"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 한 사립유치원이 원생 가정에 보낸 진급신청서에서 사실상 학부모들이 수용하기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유치원이 폐원 수순을 밟으려고 원아와 학부모를 겁박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울산시교육청과 울산 북구 A유치원 학부모들에 따르면 A유치원 원장은 지난 7일 '사랑하는 자녀의 내년도 진급을 앞두고 계신 부모님께'라는 제목의 진급신청서를 보냈다.
이 신청서는 2019년도 교육 내용이 변경됐다고 알리면서, 학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수업시간은 오전 8시 40분부터 낮 12시 40분까지 4시간이며, 원생들은 점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또 차량 운행이 없어 자가 등·하원 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대개 유치원들은 원생에게 점심은 물론 차량 통학을 제공한다.
진급신청서에는 특히 방학은 여름 5주, 겨울 5주 등 연간 10주로 고지했다. 통상 유치원의 여름과 겨울의 방학 기간은 1주나 2주 정도다.
교육비는 학부모 부담금 15만3천원에 누리과정비 22만원을 더한 37만3천원으로 표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리과정비를)보호자가 정부로부터 직접 수령해 납부'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현재 누리과정비는 교육당국에서 유치원으로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이를 국가에서 수령해 사립유치원에 내기는 불가능하다.
신청서에는 '9일(금)까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 의사가 없는 것으로 집계하겠다'는 내용도 붙었다.
또 '공짜라는 이유로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부모님 입장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이에 굴복해 사립유치원이 교육부 통제 아래 들어가면 대한민국 유아교육은 창의성을 잃고 초·중등교육처럼 획일적인 관치교육으로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원장은 신청서에서 '유치원 감사 결과가 비리유치원으로 과대 포장돼 발표된 후 며칠 동안 학부모에게서 많은 전화와 질타를 받았고 많은 생각으로 조울증, 편두통, 대인기피증 증상으로 병원을 오가는 아픔을 겪고 있다'면서 '울산교육감이 비리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사립유치원을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눈'을 만들어 저는 수십 년 유아교육에 대한 자존감을 완전히 잃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가 '비리유치원 퇴출'을 밀어붙이는 까닭은 애써 부풀린 여론이 식기 전에 사립유치원 수를 감하고 국공립유치원을 확충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학부모 부담금 없이 (공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시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다.
이 유치원은 현재 북구에서 2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둘 중 규모가 큰 유치원은 지난 2015년 이뤄진 종합감사에서 시설관리와 행정일반 분야에서 각각 주의 처분을 받았다.
1천900만원 상당의 놀이터 수선공사를 하면서 공사명세서 등 계약 증거가 되는 서류를 구비하지 않았다. 또 2014년도 결산과 2015년 예산, 교육과정 운영방법 등의 사항을 운영위원회 자문을 받지 않았고, 운영위원회 개최 후 회의록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작은 유치원은 2017년 감사에서 예산·회계 2건, 행정일반 1건 등 3건이 적발돼 모두 경고 처분을 받았다.
회계·예산 분야에서는 장부·서류 관리와 계약 완료에 따른 대가 지급이 완료됐는데도 계약 성립 증거가 되는 서류 관리를 소홀히 했고, 유치원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적금 형태의 적립을 포함하는 등 회계·예산 집행을 부실하게 했다.
행정일반 분야에서는 일부 교직원에 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보수 지급 대상이 될 수 없는 교직원들에게 보수를 지급했다.
신청서를 작성한 원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유치원 측은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신청서를 받아든 학부모들은 '아이를 볼모로 겁박하고, 비아냥대기까지 한다'면서 분개하고 있다.
울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청서 사진이 게시되고, 여기에 분노한 학부모들의 댓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댓글은 '아이들을 볼모로 갑질이다. 이런 원장이라면 폐원하는 것이 낫다',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들 보내는 사람을 공짜나 밝히는 사람으로 매도한다', '특별감사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다.
자녀를 2년간 이 유치원에 보낸 한 학부모는 "아이를 1년 더 맡기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고 집 주변에 다른 유치원이 없어 부랴부랴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학부모와 아이를 적으로 보면서 비꼬는 듯한 말투를 보고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은 "일방적인 휴·폐원 통보와 변칙적인 유아 모집에 대해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면서 "해당 유치원 유아 수용을 위해 인근 유치원과 협의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문제 해결을 원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서 진행 중이다.

hk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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