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망 여아' 엄마 택시 타고 "가까운 바다 가고 싶다" 말해(종합)
해안도로선 이불로 감싸 세 살 딸 챙겨…이틀 후 딸은 익사체로 발견
용담 해안도로 마지막 상황 포착, 경찰 수사 급물살·실종 엄마 수색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백나용 기자 = '제주 여아 사망 사건'과 관련, 경찰이 엄마와 딸의 마지막 모습으로 추정되는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서의 행적을 확인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용담 해안도로가 관광지로 알려졌으나 인적이 드물고 바닷바람에다 기온도 낮아 추운 새벽 시간대에 엄마가 딸을 데리고 이곳을 찾았는지 등 의문은 여전히 남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숨진 A(3·경기)양과 현재 실종상태인 A양의 엄마 B(33·〃)씨 모녀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곳까지 태워준 택시 기사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 택시 기사는 지난 2일 오전 2시 47분께 이들 모녀를 폐쇄회로(CC) TV 상에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남아 있던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 어영소공원 동쪽 부근까지 태워줬다.
택시 기사 진술에 따르면 제주시 삼도동 숙소 앞에서 B씨가 딸을 안고 택시에 타 "가까운 바다에 가고 싶다. 태워다 달라"고 말했다.
이에 택시 기사는 "바람도 많이 부는데 아기가 감기에 걸리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B씨는 "두껍게 옷을 입혀서 괜찮다"고 말하며 바다와 가까운 곳으로 가달라고 요구했다.
택시 기사는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에서도 맞은 편에 큰 건물이 있어 바람이 그나마 덜 부는 곳에 이들 모녀를 데려가 내려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장면이 녹화된 CCTV 화면상으로는 택시에 내린 후 B씨가 딸 A양을 안고 이불로 감싸 찬 바닷바람을 막으며 챙기고 있었다.
이후 바다로 향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B씨가 찾은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는 가정집이 적은 대신 상가가 많아 깊은 밤이 되면 인적이 드물다.
게다가 제주의 거센 바닷바람으로 인해 새벽 시간대의 기온도 뚝 떨어져 찾는 이들도 거의 없다.
경찰도 관광 등의 이유로 어린 딸을 데리고 B씨가 이곳을 찾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방면으로 가는 모습도 확보되면서 경찰은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여아의 시신에서도 어떠한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
2일 새벽 숙소를 나서기 전에는 욕실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숙소를 나설 때도 짐 등은 모두 그대로 방에 놔뒀다.
이에 따라 현재로써는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B씨는 친정집이 있는 경기도 파주를 떠나 지난달 31일 제주에 왔다.
그는 친정집에 자신이 제주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부모가 실종신고도 했다.
자신의 지인이 있는 곳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몰래 왔다는 점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딸 A양은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지 이틀 후인 4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해안에서 숨진 채 낚시객에 의해 발견됐다.
사람들이 발길이 닿기 힘든 바다 쪽으로 20여m 떨어진 곳에서다. 사인은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엄마 B씨는 지난 2일 새벽 마지막 모습 이후 현재까지 엿새째 실종상태다.
해경은 A양이 숨진 채 발견된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주변 바다와 모녀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용담동 주변 바다를 중심으로 경비함정 등 선박 7척과 70여 명을 투입,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날부터 제주시 한림읍 해안가까지 범위를 넓혀 탐문 수사를 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도 130여 명을 동원해 제주시 도두항부터 한경면 수월봉까지 육상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헬기와 드론 등도 동원해 비양도 등 섬까지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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